오는 8월 12일, EU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이하 PPWR)이 27개 회원국에서 일제히 적용된다. 시행까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12일 이후 EU 시장에 포장재를 출시하는 제조자는 적합성 선언서(Declaration of Conformity)와 기술문서(Technical Documentation)를 작성해야 한다. 포장재의 시장 출시 시점은 통관 완료를 기준으로 하므로 8월 12일 이후 통관 예정 물량은 이미 대응 시한 안에 들어와 있다.PPWR 30년 만에 전면 개정, '지침에서 규정으로'PPWR은 1994년부터 적용돼 온 기존 포장 지침을 대체하는 EU 최초의 포장 통합 규정으로 2025년 2월 11일 발효됐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할 점은 형식의 전환이다. 회원국이 각자 국내법으로 옮겨 담던 '지침'에서 별도 입법 없이 EU 전역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회원국별 해석 차이가 사라지는 대신, 기준 미달 시 27개 시장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로 옮겨간 셈이다.[PPWR 타임라인 © 유럽위원회]적용 범위도 넓다. PPWR은 포장 산업만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 식품, 화장품, 제약,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온라인 판매 제품까지 포장을 갖춘 제품을 EU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산업이 대상에 들어간다. 포장은 매개일 뿐, 시장에 제품을 올리는 주체가 책임을 진다.다만 8월 12일에 모든 의무가 일괄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PPWR은 규제의 큰 틀을 담은 모법 성격을 지니며, 구체적 기술 규격과 이행 방법론은 위임법령과 이행법령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조항마다 실제 의무의 범위와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 기업 현장에서 혼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8월 12일부터 즉시 작동하는 의무들그럼에도 시행일과 함께 곧바로 효력을 갖는 항목도 존재한다. 첫째는 문서 의무다. EU 시장에 포장재를 유통하는 제조자는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규제 당국이나 EU 바이어가 요청할 경우 이를 1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기술문서의 보관 기간은 일회용 포장재 5년, 재사용 포장재 10년이다. 문서 책임은 공급망 단계별로 나뉜다. 원료 공급사는 적합성 인증서(Certificate of Conformity)를, 포장재 제조사는 기술문서를, 제품 제조사는 적합성 선언서를 각각 작성한다. 어느 한 단계에서 자료가 끊기면 최종 제품의 적합성 증명 자체가 성립하지 않도록 설계됐다.[PPWR 경제주체별 의무 요약 © KOTRA]둘째는 식품접촉 포장재의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이하 PFAS)제한이다. PFAS는 물과 기름을 동시에 막아내는 성질 덕분에 종이컵 코팅이나 식품 포장 내면 처리에 널리 쓰여 왔다. 문제는 그 유용함을 만드는 특성이 그대로 위험 요인이 된다는 데 있다.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환경에 오래 잔류하고, 일부 물질은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어 왔다. 소비재와 식품 접촉 소재를 통한 노출 경로가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재고 소진을 위한 경과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8월 12일 이후 EU 시장에 최초 출시되는 식품접촉 포장재는 개별 PFAS 25ppb, 전체 PFAS 합산 250ppb, 고분자를 포함한 총 PFAS 50ppm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첨가한 PFAS뿐 아니라 비의도적으로 존재하는 PFAS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기존 식품접촉물질(Food Contact Materials, 이하 FCM) 체계의 시험 자료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어렵다. FCM의 PFAS 분석은 PFAS가 포장에서 식품으로 얼마나 넘어가는지를 보는 이행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반면, PPWR은 포장재 안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보는 농도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측정 방식과 판정 기준이 다른 만큼, 보유한 성적서는 참고 자료일 뿐 증빙 자료로 곧장 승격되지 않는다.기술문서는 서류 작업이 아니라 기술적 증명포장재 컨설팅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PPWR 대응을 제한 물질 시험 성적서를 확보하고, 기존 자료를 취합해 문서를 정리하는 업무 정도로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규정이 요구하는 수준은 여기서 한참 더 나아간다. 기술문서는 포장 설계, 규제 해석, 데이터 증명, 법적 책임을 하나로 묶어내는 종합 기술 활동에 가깝다. 포장재의 구조와 재질, 구성 요소, 제한 물질 시험 자료, 공급업체 제출 자료, 재활용성, 포장 최소화, 재사용 가능성, 표시 사항과 추적성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가 문서에 담겨야 한다. 작성보다 입증이 먼저라는 실무 지적이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문서 작성 방식에는 일정한 유연성이 열려 있다. 기술문서와 적합성 선언서를 포장재 변형마다 개별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해당 포장재의 적합성 평가에 필요한 관련 특성과 구성 부분이 모두 반영되면 된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제품과 포장의 적합성 선언서를 하나의 문서로 통합하는 방식을 허용하되, 적합성 항목별로 명확히 구분해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증명 책임이 강화되면서 함께 부상한 쟁점이 그린워싱이다. '친환경', '재활용 가능' 같은 표현은 이제 객관적 근거 없이는 사용하기 어렵다. 소재가 폴리에틸렌(PE)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표방하는 관행은 규제 당국의 우선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2030년까지 이어질 준비된 기업과 미흡한 기업간의 격차한국 기업에 이 시점이 까다로운 이유는 규제 인지 부족보다 대응 인프라의 공백에 있다. 공급망 문서 표준화가 미흡하고, EU 기준을 충족하는 재생원료(Post-Consumer Recycled) 조달이 어려우며, 구매·포장·물류 부서가 각각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자료가 하나의 기술문서로 수렴되기 어렵다. EU 역내에 지점 형태로만 진출한 기업은 문제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지점은 법적 인격이 없어 PPWR상 수입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자회사 설립이나 공인 대리인 지정을 통해 법적 지위부터 확보해야 한다. [EU PPWR 포장재 재활용 가능성 등급 © Repak(아일랜드 비영리 환경단체)]시야를 넓히면 2030년까지의 일정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재활용 가능성은 포장 단위의 재활용 가능 비율에 따라 A(95% 이상)·B(80% 이상)·C(70% 이상)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C등급에 못 미치는 포장재는 재활용 불가로 분류돼 2030년 1월부터 EU 시장 출시가 금지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분담금 역시 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함량 의무, QR코드 기반 표준 라벨링, 에코디자인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ESPR)의 디지털 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과의 연동까지 이어지면 포장재는 더 이상 단순 비용 항목에 머물지 않는다. 투자자와 바이어가 들여다보는 공시 대상 환경 데이터로 성격이 달라진다.8월 12일로 증명 책임은 기업에게 공식적으로 이전된다. 규제의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 윤곽을 문서와 데이터로 채우는 일은 이제 시작 지점에 서 있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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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PPWR]
EU PPWR 8월 12일 전면 적용, 한국 기업의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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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PPA]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기업, 이제 플랫폼에서 거래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이하 PPA)을 체결할 발전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역시 계약을 원하는 수요기업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를 찾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다.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월 15일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PPA 수요·공급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PPA 중개플랫폼'을 구축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7월 말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 이달부터 플랫폼을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이미 수요가 확보된 재생에너지 거래 방식의 전환설비용량 500MW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이하 RPS)’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를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해 왔다. 발전사업자에게는 유리한 방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 전력이 재생에너지에서 왔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채로 말이다.[국내 PPA 누적 계약 건수 ©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기반 ChatGPT]PPA로 이 문제를 다소한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수요 기업에게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방식으로 RE100의 주요 이행 수단으로 꼽힌다. PPA가 활성화되면 △한국전력이 회수하던 RPS 정산금 규모를 줄여 국민 전기요금 부담 완화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장기 수익 안정성 확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PPA 계약은 2023년 13건에서 2024년 29건, 2025년 79건, 2026년 1~5월에만 118건을 기록하며 증가추세다. 수요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었다. 시장을 연결할 인프라만 없었던 셈이다.참여 문턱을 함께 낮춘 설계 PPA 중개플랫폼은 온라인 포털을 통해 PPA 공급자인 발전사업자와 수요자인 전기 사용자가 물량 정보를 게시하고, 블라인드 협상 및 체결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과 발전사 사이에 한국전력공사가 중개자로 개입해 전력 계약이 진행되는 제3자 PPA 방식, 기업이 중개 없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전기를 구매하는 직접 PPA 방식이 모두 가능하다. [PPA 중개플랫폼 운영 방향 및 매칭 체계 © 기후에너지환경부]또한, 계약 전력 1MW(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설비도 참여할 수 있어 작은 발전사업자의 시장 접근성도 함께 높아진다. 7월 말 진행된 시범사업에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총 43개 단체와 기업이 참여했다. PPA 중개플랫폼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계량기 설치비 지원, RE100 수요 기업에게는 망 이용료 지원기간 확대, 지붕형 태양광 사업자에게는 보증보험료 지원 확대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제3자 PPA 방식 ©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ESG 공시 시대, RE100은 선택이 아니다정부는 ‘PPA 중개플랫폼을 활용하겠다는 PPA 수요와 공급 물량이 각각 1GW(기가와트) 안팎으로 나타나 업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 각 1GW씩 합산하여 약 2GW의 거래수요가 이미 대기 중이라는 의미다. 심진수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개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운영하겠다"고 전했다.2028년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스코프 2(Scope 2, 간접 배출)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RE100 이행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PPA 중개플랫폼은 그 압박에 답하는 인프라다. 다만 플랫폼이 시장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RE100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 전력 계통 연결 여건, 가격 협상 투명성 확보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 막 정식 운영에 들어간 PPA 중개플랫폼이 재생에너지 직거래 시장의 실질적인 물꼬를 트는지는 앞으로의 거래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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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원자력발전소]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목소리들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자력발전소와 소형 원자력발전소(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2기와 SMR 부지를 확정 지은 지 약 한 달 만의 발표로 전문가 의견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출범했을 무렵부터 신규원전 건설은 지속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원전건립을 둘러싸고 어떤 논의와 의견이 있었는지, 정부와 환경단체의 입장은 어떤지 신규원전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자. [신규원전 건설 논의가 나온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 © 청와대]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현재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26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원전건설에만 15년이 걸리고, SMR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에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자는 이유였다. 그러다 돌연 2026년 1월 말,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정부는 원전추가 건설을 결정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80% 이상, 신규원전 건립 찬성 여론은 60% 이상이었다. 그리고 6월 17일, 심의 끝에 경북 영덕군이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기장군이 국내 첫 혁신형 SMR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됐다.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 SMR 1기는 2035년 준공이 목표이며,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쉬운 편이기에 건설 기대가 높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 원전 추가 건설지난 6월 29일에는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강국 도약, AI로봇과 피지컬AI 발전, AI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성장과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 가동에 필요한 추가 전력 수요가 27.7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전체 원전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7월 원전 추가 건설 발표 이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울산 울주, 전남 영광에 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며 원전 추가 건설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과 AI센터에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한데 태양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같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부는 전 세계 AI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지금이라도 원전투자에 나서 전력 공급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전건설에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건설단계에서 수만 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되며, 장기간 지원금과 세수유입으로 지역상권과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계획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녹색연합]영남권 집중이 드러낸 입지 문제, 송전망 부담과 지역의 몫 하지만이 같은 원전정책에 수많은 시민단체, 특히 환경단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6년 2월 154개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탈핵비상시국선언문', '신규원자력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의 논평과 자료를 종합해 보면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논란이 있다. 첫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수립 계획 이행과 관련해 정부가 신규 원전이 실제로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원전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려두고, 국민 여론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다. 원전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치기는 했으나 이미 이전 조사에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는 만큼, 정부의 여론조사는 답을 알고 실시한 형식적 절차라는 것이다. 또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황의 폭발적 성장'을 명분으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며 총 49.4GW의 전력 수요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상업용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IT 전력 수요는 1.57GW에 불과하다. 둘째, 현재 전력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과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자력발전을 함께 확충하는 것은 원전가동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전력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아지면 다른 에너지원의 발전량을 제어해야 하며, 현재도 원전출력을 정격 용량보다 낮추는 감발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원전은 출력 조정 속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잦은 출력 조절은 원전 운영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발전 용량 300MW(메가와트)이하의 소형 원자력발전소 SMR 역시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고, 안전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 한국수력원자력]셋째, 원전확대는 관련 시설이 들어설 지역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현재 원전은 영남권에 밀집해 있다. 원자력발전은 지역에 사고위험과 사용 후 핵연료, 냉각수 등 환경문제를 남긴다. 빠른 건설을 위해 기존 원전 인근에 추가건설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환경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원자력 발전설비 증가속도보다 송전망 구축이 지연되며 이미 원전출력을 제어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 원전건설이 추가되면 지역의 전력망 부담도 커진다. 한편 원전 확충에 대한 근거가 되었던 '메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개발은 기후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게다가 실가동까지 15년 가량이 걸리는 원전과 2,3년 정도면 건립되는 AI데이터센터의 전력 필요 시기가 맞지 않아 원전확충의 실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부족을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운영 연장이나 LNG 복합발전소 신규건설이 논의된다면 2050 탄소중립 목표, 국가 온실가스 배출 등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환경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전력 수요 관리, 기업의 에너지 효율 책임 강화, 에너지 전환 방향 등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지만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오는 9월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