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는 소식이 3·1절 연휴가 채 끝나기 전에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류 통로가 아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만큼, 중요한 에너지 수송 요충지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일깨워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호르무즈 해협 하나로 인해 흔들리는 에너지 공급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고,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6~0.7%포인트 상향될 것으로 예상했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제조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무관하게 원자재 및 부품 조달 전 단계에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 감축에 사활을 걸던 해운·항공업계는 유가 급등과 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이중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내 항공사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오는 3월 8일까지 전면 운항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대부분이 아시아로 향할 정도로, 이 해협은 글로벌 제조 공급망의 에너지 기반 그 자체이다.[호르무즈해협(빨간색 원 위치) © gettysimage] 호르무즈 해협 우회 루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송유관은 수송 능력이 하루 원유 물동량의 1/7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체 경로로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 활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많은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 경로로 택할 경우, 운송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 늘어나고 선박의 연료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 또한 대폭 증가한다. 국제사회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과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탄소 배출 문제를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관리하게 만드는 흐름과 달리, 정작 에너지 공급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위험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ESG 보고서가 놓친 한 줄,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한국은 이번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액화천연가스)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물동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유가 10% 상승 시 수출 0.39% 감소, 수입 2.68% 증가, 기업 생산 원가 0.38% 증가 등의 연쇄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RE100 가입 기업들은 자사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렀지만, 정작 협력사의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은 통제 범위 밖에 있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이 공급망 스코프3 배출량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 이번 사태는 에너지 공급이 지연될 때 발생할 결과를 수치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 됐다.[지난 2018년 12월 21일(현지시각)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 © 로이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번 사태로 인해 ESG 경영의 맹점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제출하는 ESG 보고서에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이 포함되어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에 관한 시나리오는 대부분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ISSB S2 기준의 물리적 리스크 항목에 지정학 요인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경로의 물리적 위험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부 차관은 "우리가 도입하는 석유·가스 상당 비중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을 감안하여 유가 및 해상 운송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번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수입 경로 확대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기도 했다. 이번 위기로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생겼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때마다 원유 가격이 치솟는, 에너지 공급 구조의 취약성이 반복되는 한 RE100과 탄소중립 선언은 반쪽짜리 ESG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ESG 전략의 핵심 변수로 다뤄야 할 시점이다.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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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ESG 공급망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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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권리 밖 노동자]
법 밖의 노동자, 이제 국가가 증명해준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권리 밖 노동자'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2026년 2월 기준 약 870만 명에 달한다. 2023년에 비하면 약 8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인해 이들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에 대해 알아보자. 권리 밖 노동자와 기업 거버넌스의 변화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뿐만 아니라 IT 프리랜서와 방송 작가까지 권리 밖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임금 노동자와 유사한 근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개인 사업자'라는 이름 아래 퇴직금, 최저임금 보호,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됐다. 법의 사각지대는 노동자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는 막대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청구라는 법적 리스크가 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권리 밖 노동자 이미지 © Chat GPT]이번 입법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간주한다.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제는 사업주가 직접 그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국세청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정보력이 부족한 노동자를 대신해 국가가 소득 신고 내역 등 실질적인 근로 데이터를 확보하여 종속성을 입증해 준다는 취지다. 법원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근로자성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정 절차도 마련된다. ESG 시대, 기업의 노동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만 이번 입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이 지점에서 노동계는 '근로자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입증 책임만 바꾸는 것은 무늬만 보호일 뿐'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처우 개선 조항들이 강제성 없는 '노력 의무'에 그칠 경우, 기업이 여건상 최선을 다했다는 논리로 회피할 수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공존한다.[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 고용노동부]이번 입법 추진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기업은 이번 변화를 단순히 지켜봐야 하는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형태의 노무 제공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번 논의는 결국 사회적 포용성이 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이를 단순한 규제 강화로 치부하기보다 노동 관행의 거버넌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적 자원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은 '직접 고용된 소속 직원이 아니면 책임도 없다'는 논리로 선을 그어왔지만,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업의 실질적인 축을 지탱하는 모든 인적 자원을 '제도 안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불분명했던 리스크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들과의 상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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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데이터 폐열]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은, 지금
생성형 AI시대가 열린 지금, 정보를 처리하고 연결하는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2024년 기준 6조 원인 시장 규모가 2028년에는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한편,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보관하는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열을 발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활용되지 못한 열에너지인 '폐열'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과 연구는 2020년대 초부터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의 원리부터 현재 국내외 데이터센터의 폐열 활용 현황까지 살펴보자.폐열, 어떻게 활용될까?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방법을 이해하려면,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 먼저 '공랭식'은 서버 내부로 찬 공기를 넣어 열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설치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지는 지금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수랭식'은 비열(물질의 온도를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의 양)이 높은 액체를 이용해 냉각하는 방식으로 물이 흐르는 파이프를 회로에 붙여 열을 식힌다. 비용이 비싸지만 발열 제어 능력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액침 냉각'(이머전 냉각)은 서버 전체를 특수 냉각 액체에 담그는 방식으로 최고의 효율을 보이지만 공랭식보다 초기 비용이 2배 이상 높다.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30~45℃ 수준의 낮은 열로, 전기를 생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액체 냉각 방식에서 열을 높여주는 열펌프 기술을 결합해 온도를 높이면, 주거용 온수나 난방수로 활용할 수 있어 계속 연구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과부하 상태이므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열 밀도가 10배 이상 높다. 이에 위 방식을 도입해 대량의 온수를 확보한다면 고효율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폐열로 인근 10만 가구에 지역난방을 제공하는 메타의 덴마크 오덴세 데이터센터 © META]지역난방에도, 수영장에도 -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현황해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는데, 핀란드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핀란드는 예전부터 지역으로 난방을 보내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열 회수 기술이 발달해 폐열 기술 도입이 비교적 수월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수도 헬싱키 인근에 있는 이동통신사 텔리아의 데이터센터는 2024년 폐열 활용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가정과 사무실 7,000여 곳에 열에너지를 공급했다. 또한, 구글은 핀란드 하미나에 10억 유로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계획을 발표했다. 폐열을 활용한 열 에너지가 지역 난방 네트워크 수요량의 80%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구글은 지역 가정, 학교 및 공공 서비스 건물에 난방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스타트업 '딥 그린'은 앞서 설명한 액침 냉각 방식을 활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데이터센터를 열 흡수율이 높은 오일에 담근 뒤 수영장 아래에 설치해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했으며, 이를 통해 수영장은 연간 2만 파운드(약 3,900만원)의 가스비를 절감했다.[구글의 핀란드 하미나지역 데이터센터 © blog.google]해외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정책적 규제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2023년 에너지효율성지침에서 폐열의 활용과 재활용에 대한 평가 및 검토 의무를 명시했다. 독일은 에너지소비 감축 목표를 담은 에너지 효율법을 발의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최소 10~20%의 폐열 활용 기준을 세워야만 하며, 폐열 재사용 기준을 단계별로 설정해 기준 미달 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프랑스와 덴마크 등도 폐열을 확보하는 시스템 구축을 건축 허가의 필수 조건으로 두었으며, 관련된 우대세도 도입했다. 아직은 방법을 모색 중인 국내 데이터센터의 폐열 활용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폐열의 이용 잠재량은 2023년 연간 1,539천 Gcal(대략 32평형 아파트 1세대가 1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난방 열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9년 지역냉난방 공급량의 5.8%에 해당하는 큰 수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폐열은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폐열 활용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여러 지원 제도에서 제외되고 있어 관련 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문제가 꼽힌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폐열 활용이 용이한 수랭식이나 액침 냉각 방식 대신 공랭식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도 한계로 언급된다. 또한,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주거지 인근에 있어야 하나, 전자파, 소음, 열섬 현상에 대한 우려 등으로 데이터센터 자체가 주거지에 들어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건립 인허가를 받은 2곳 중 1곳 꼴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통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4년에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이지스자산운용,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석해 '데이터센터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집단 에너지 저탄소 수급체계 구축'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13%인 미활용열 활용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원도 춘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소양강댐의 7℃ 심층수를 이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는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75%의 에너지 절감을 기대할 뿐 아니라, 폐열을 인근 스마트팜 및 주택의 난방 에너지로 사용할 계획이다.[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 NAVER]기업 차원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각 춘천'이라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대비 연중 2~3℃ 낮은 춘천의 자연 바람으로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폐열은 서버관 내 폐열 회수기에 따로 모은다. 이는 도로 밑에 설치된 특수 배관을 통해 부동액을 데우고, 대형 화물 차량이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로 위 눈을 녹인다. 심지어는 폐열로 온실을 가꾸기도 한다. 2025년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냉각 통합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력 공급과 운영 최적화를 담당하며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공기, 액체 냉각 솔루션 기술을 고도화해 폐열을 회수하고 활용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우리나라에서는 이렇듯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으며, 여러 제도적 뒷받침과 연구,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AI데이터센터의 입지, 데이터센터의 환경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금 더욱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by Editor L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