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_title
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PPWR] EU PPWR 8월 12일 전면 적용, 한국 기업의 진짜 시험대
2026.08.07

오는 8월 12일, EU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이하 PPWR)이 27개 회원국에서 일제히 적용된다. 시행까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12일 이후 EU 시장에 포장재를 출시하는 제조자는 적합성 선언서(Declaration of Conformity)와 기술문서(Technical Documentation)를 작성해야 한다. 포장재의 시장 출시 시점은 통관 완료를 기준으로 하므로  8월 12일 이후 통관 예정 물량은 이미 대응 시한 안에 들어와 있다.



PPWR 30년 만에 전면 개정, '지침에서 규정으로'

PPWR은 1994년부터 적용돼 온 기존 포장 지침을 대체하는 EU 최초의 포장 통합 규정으로 2025년 2월 11일 발효됐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할 점은 형식의 전환이다. 회원국이 각자 국내법으로 옮겨 담던 '지침'에서 별도 입법 없이 EU 전역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회원국별 해석 차이가 사라지는 대신, 기준 미달 시 27개 시장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로 옮겨간 셈이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PPWR 타임라인 © 유럽위원회]



적용 범위도 넓다. PPWR은 포장 산업만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 식품, 화장품, 제약,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온라인 판매 제품까지 포장을 갖춘 제품을 EU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산업이 대상에 들어간다. 포장은 매개일 뿐, 시장에 제품을 올리는 주체가 책임을 진다.

다만 8월 12일에 모든 의무가 일괄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PPWR은 규제의 큰 틀을 담은 모법 성격을 지니며, 구체적 기술 규격과 이행 방법론은 위임법령과 이행법령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조항마다 실제 의무의 범위와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 기업 현장에서 혼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8월 12일부터 즉시 작동하는 의무들

그럼에도 시행일과 함께 곧바로 효력을 갖는 항목도 존재한다. 첫째는 문서 의무다. EU 시장에 포장재를 유통하는 제조자는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규제 당국이나 EU 바이어가 요청할 경우 이를 1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기술문서의 보관 기간은 일회용 포장재 5년, 재사용 포장재 10년이다. 문서 책임은 공급망 단계별로 나뉜다. 원료 공급사는 적합성 인증서(Certificate of Conformity)를, 포장재 제조사는 기술문서를, 제품 제조사는 적합성 선언서를 각각 작성한다. 어느 한 단계에서 자료가 끊기면 최종 제품의 적합성 증명 자체가 성립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PPWR 경제주체별 의무 요약 © KOTRA]




둘째는 식품접촉 포장재의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이하 PFAS)제한이다. PFAS는 물과 기름을 동시에 막아내는 성질 덕분에 종이컵 코팅이나 식품 포장 내면 처리에 널리 쓰여 왔다. 문제는 그 유용함을 만드는 특성이 그대로 위험 요인이 된다는 데 있다.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환경에 오래 잔류하고, 일부 물질은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어 왔다. 소비재와 식품 접촉 소재를 통한 노출 경로가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고 소진을 위한 경과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8월 12일 이후 EU 시장에 최초 출시되는 식품접촉 포장재는 개별 PFAS 25ppb, 전체 PFAS 합산 250ppb, 고분자를 포함한 총 PFAS 50ppm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첨가한 PFAS뿐 아니라 비의도적으로 존재하는 PFAS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기존 식품접촉물질(Food Contact Materials, 이하 FCM) 체계의 시험 자료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어렵다. FCM의 PFAS 분석은 PFAS가 포장에서 식품으로 얼마나 넘어가는지를 보는 이행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반면, PPWR은 포장재 안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보는 농도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측정 방식과 판정 기준이 다른 만큼, 보유한 성적서는 참고 자료일 뿐 증빙 자료로 곧장 승격되지 않는다.



기술문서는 서류 작업이 아니라 기술적 증명

포장재 컨설팅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PPWR 대응을 제한 물질 시험 성적서를 확보하고, 기존 자료를 취합해 문서를 정리하는 업무 정도로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규정이 요구하는 수준은 여기서 한참 더 나아간다. 기술문서는 포장 설계, 규제 해석, 데이터 증명, 법적 책임을 하나로 묶어내는 종합 기술 활동에 가깝다. 포장재의 구조와 재질, 구성 요소, 제한 물질 시험 자료, 공급업체 제출 자료, 재활용성, 포장 최소화, 재사용 가능성, 표시 사항과 추적성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가 문서에 담겨야 한다. 작성보다 입증이 먼저라는 실무 지적이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문서 작성 방식에는 일정한 유연성이 열려 있다. 기술문서와 적합성 선언서를 포장재 변형마다 개별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해당 포장재의 적합성 평가에 필요한 관련 특성과 구성 부분이 모두 반영되면 된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제품과 포장의 적합성 선언서를 하나의 문서로 통합하는 방식을 허용하되, 적합성 항목별로 명확히 구분해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

증명 책임이 강화되면서 함께 부상한 쟁점이 그린워싱이다. '친환경', '재활용 가능' 같은 표현은 이제 객관적 근거 없이는 사용하기 어렵다. 소재가 폴리에틸렌(PE)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표방하는 관행은 규제 당국의 우선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30년까지 이어질 준비된 기업과 미흡한 기업간의 격차

한국 기업에 이 시점이 까다로운 이유는 규제 인지 부족보다 대응 인프라의 공백에 있다. 공급망 문서 표준화가 미흡하고, EU 기준을 충족하는 재생원료(Post-Consumer Recycled) 조달이 어려우며, 구매·포장·물류 부서가 각각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자료가 하나의 기술문서로 수렴되기 어렵다. EU 역내에 지점 형태로만 진출한 기업은 문제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지점은 법적 인격이 없어 PPWR상 수입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자회사 설립이나 공인 대리인 지정을 통해 법적 지위부터 확보해야 한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EU PPWR 포장재 재활용 가능성 등급 © Repak(아일랜드 비영리 환경단체)]




시야를 넓히면 2030년까지의 일정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재활용 가능성은 포장 단위의 재활용 가능 비율에 따라 A(95% 이상)·B(80% 이상)·C(70% 이상)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C등급에 못 미치는 포장재는 재활용 불가로 분류돼 2030년 1월부터 EU 시장 출시가 금지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분담금 역시 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함량 의무, QR코드 기반 표준 라벨링, 에코디자인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ESPR)디지털 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과의 연동까지 이어지면 포장재는 더 이상 단순 비용 항목에 머물지 않는다. 투자자와 바이어가 들여다보는 공시 대상 환경 데이터로 성격이 달라진다.


8월 12일로 증명 책임은 기업에게 공식적으로 이전된다. 규제의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 윤곽을 문서와 데이터로 채우는 일은 이제 시작 지점에 서 있다.


by Editor L

이 기사를 공유할게요
확인
확인
[공지] 스탬프 적립·쿠폰 서비스 종료 안내
그동안 ESG.ONL 스탬프 적립·쿠폰 서비스를 이용해 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SG.ONL 웹사이트 리뉴얼이 진행됨에 따라 아쉽게도 스탬프 적립·쿠폰(커피/도시락) 서비스가
2026년 8월 7일부로 종료
될 예정입니다.
관련하여 아래 안내 사항 전달드립니다.
새롭게 선보일 ESG.ONL 웹사이트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SG.ONL 드림
pop_end
확인
오늘 하루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