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자인 리더와 함께 하는 세계 유일의 '지속가능 디자인어워드''서울디자인어워드(Seoul Design Award) 2025' 접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로 제 6회를 맞이한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발전한 세계 유일의 '지속가능 디자인 어워드'이다. 2019년 서울시가 제정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여 시작된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발굴해왔다. 출범 초기 75건의 출품작과 함께 시작된 이 어워드에 작년에는 65개국에서 575건의 프로젝트가 모이며 어워드는 명실상부, 국제적 위상을 갖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2025년, 더욱 진화한 '서울디자인어워드'다시 한 번 전 세계 디자이너들과 한 자리에 모여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서울디자인어워드의 핵심철학은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언어이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실천"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미적 우수성을 넘어 진정한 '디자인의 역할'을 조명하는 메시지를 지키며 올해의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참가자에게 더 넓은 무대와 혁신적인 형식을 제안한다.21개국 32명의 세계적인 글로벌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올해의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심사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전 세계 21개국 32명의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운영한다. 디자인계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예선부터 최종심사까지의 전 과정에서 참여자들에게 깊이 있는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디자인 분야의 석학 '에지오 만치니(Ezio Manzini)', 유니버설 디자인의 선구자인 '패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 디자인 정책과 공공문화 전문가 '안드레아 칸첼라토(Andrea Cancellato)', 인도 디자인 정책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이자 '세계디자인기구(WDO, World Design Organization)'의 차기 회장인 '프라디윰나 브야스(Pradyumna Vyas)', 싱가포르 디자인 생태계를 이끄는 '던 림(Dawn Lim)' 등 디자이너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 각국의 디자인 리더들이 함께한다. 심사위원들은 단순히 형태나 기능이 아닌, 디자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성에 주목하며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평가할 예정이다.심사의 방식도 새롭다. 특히 올해는 '현장 발표 심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최종 본선 진출 10개팀이 오는 10월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된다. 대상 수상작은 글로벌 심사위원단과 시민 평가단의 점수를 합산해 선정할 예정으로 디자인 전문가와 일반시민이 함께 '가치 있는 디자인'을 평가하는 의미있고, 독창적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출품은 6월 30일까지, 지금이 바로 도전의 순간서울디자인어워드 출품은 자유롭다. 사회적 가치 프로젝트 등 디자이너가 참여한 모든 프로젝트를 응모할 수 있다. 개인 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업, 학생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범위도 넓다. 출품부문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기반해 건강과 평화, 기회의 평등, 에너지와 환경, 도시와 커뮤니티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실현된 프로젝트는 '본상'부문에, 시제품과 아이디어는 '콘셉트상'부문에 응모할 수 있으며, 총 상금은 대상 1개 팀(5천만 원), 최우수상 9개 팀(각 1천만 원), 콘셉트상 2개 팀(각 5백만 원) 등 총 61개 수상작에 1억 5천만 원 규모로 수여될 예정이다.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면, 이제 당신의 차례다.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단순한 수상기회가 아닌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금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서울디자인어워드에 출품해 보자. [출품방법] 2025년 6월 30일 오후 3시(KST)까지 홈페이지(www.seouldesignaward.or.kr)[Submission] 메뉴를 통해 접수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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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디자인]
디자인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서울디자인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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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와 ESG 전망]
국민주권정부 개막, 공약과 취임사로 알아보는 ESG 정책 방향
드디어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28년 만에 79.8%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을 모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다인 1,728만 표를 얻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온 국민이 경험해야 했던 정치적, 경제적 혼란은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일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ESG 관련 정책도 그렇다. 통합과 회복의 메시지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이전 대통령 취임사와는 달리 ESG 정책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 강조하며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며, 한 편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 권리, 약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로 인한 시장위협을 막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 성장발전 동력에 대한 포부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사회 전환,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응과 같은 구체적인 추진계획도 취임사에 담겼다. 이전보다 적극적인 ESG 관련 정책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를 맞아 대선공약과 취임사에 약속된 ESG 정책방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사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경제성장전략으로서 기후위기 대응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을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출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대선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존 환경부, 산업부, 기획재정부에 분산되어 있던 기후 에너지 정책을 통합 관리할 주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기후에너지부가 창설된다면 산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는 취임사의 선언을 이행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진전이 다소 더뎠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PPA 전용 계획입지 제도 도입, 서해안 해상풍력 단지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 등 인프라 확충 역시 취임사에 포함됐다. 또한 이 대통령의 공약에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재정비, 산업단지의 RE100 달성,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개편도 포함되어 있어 탄소중립 정책의 적극적 개편과 적용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용과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사회 당면과제인 경제위기와 기후위기 극복을 통합의 관점에서 추진하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재생에너지, 친환경 정책이 진보 정책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장모델의 제시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노동권 강화를 통한 사회적 약자 포용과 공정사회 실현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기본적 삶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성장도 가능하다'는 전제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노동자 근로 환경 질을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약을 통해 포괄임금제 폐지, 근로자대표 위원회 상설화, 노란봉투법 재추진과 같은 정책을 강조하며 대선정국의 노동권 정책 화두를 이끌었던 만큼 향후 노동권의 실질적 보호를 강화할 것이 예상된다.이와 함께 공정한 사회 실현을 목표한 정책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웠던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을 위한 '일터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의 제정,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대상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확대 적용, 일 가정 양립제도와 직장 내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원칙 전제가 대선공약으로 이미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책임과 포용성 강화를 통해 국민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구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기반이 강화를 목표할 것으로 보인다.신뢰도와 투명성 향상을 위한 거버넌스 혁신약자를 위한 사회적 보호와 함께 불공정거래로 인한 시장질서 위협에 대한 경고를 전제한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로 알 수 있듯 민간과 공공을 포함한 경제주체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의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강화, 상법개정 등 신속한 거버넌스 혁신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이 같은 정책은 국내외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견인할 걸로 보인다.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유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의 ESG 투자 기준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 독립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의무화와 같은 거버넌스 개혁안은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 해소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이다. 국민통합과 지속가능성, ESG의 새 지평 열릴까지속가능성은 많은 국가, 조직의 중심 의제다. 이를 위해 ESG가 강조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공약과 취임사를 살펴보면 우리 역시 이를 벗어나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선기간 중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제시한 '7대 ESG 정책 과제(ESG 기본법 제정,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평가 반영, 공적금융의 넷제로 전환, 녹색금융공사 설립, 재생에너지 PPA 전용 계획입지 제도)'에 전면 동의하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약자 보호, 투명한 지배구조 강화와 같은 ESG의 주요 축을 포괄하는 정책을 담아 향후 5년 간 청사진을 제시했다. 따라서 ESG는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국민통합, 신뢰회복의 방향타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으로 ESG 정책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국민주권정부의 5년이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진 나라를 위한 대전환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ESG 정책의 입안과 추진에 대한 끊임 없는 관심을 갖는 국민이 되어 보자. by Editor L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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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고] 이충걸 (전 GQ코리아 편집장)
“커피 한 잔과 이데올로기”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도시에 있는 커피 머신 수천 개가 동시에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정적 속에서 무엇을 듣게 될까? 혹시 시스템 너머의 목소리가, 오래 외면해 온 음향이 들리지 않을까? 서울은 ‘아토초(Attosecond, 1초를 100경으로 나눈 극히 짧은 순간)’로 움직인다. 지하철은 몇 분 단위로 정차하고, 상권은 몇 달 만에 바뀌며, 사람들은 작은 화면에 사전 몇 권의 감정을 퍼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도시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은 딱 하나다. 카페.5월 오후의 필동, 한때 인쇄소였던 건물 2층은 원두 향으로 포화된 채였다. 이야기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회의를 하는 사람, 눈을 감은 사람. 모두가 커피라는 전도체로 공간을 재구성하여 메가시티의 엔진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카페인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단일한 신경계로서. 카페를 예술의 역사로 돌려 말하자면, 커피잔은 하나의 정물화다. 사물의 완결성보다 관계의 미결성을 상징한다. 이때 커피는 풍경을 조각내고, 리듬을 붙이고, 관계를 정의한다. 공포에 젖은 현실 감각을 깨우는 날카로운 의례, 직장의 모멸을 견디는 방법, 회식 전 잠깐의 도피, 이별의 허무를 어르는 치유의 방식. 이윽고 라테 거품은 아침이 힘들고, 관계가 어렵고, 감정이 금방 닳는 시대에 모두를 지탱해 주는 방어막이 되었다. 이 행성의 마실 것 중에 오직 커피만이 버틴다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대한민국 어른 한 명이 1년에 커피 수백 잔을 마신다는 통계보다, 커피가 서울이라는 고밀도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가 두 배 인상적이다. 프랜차이즈와 독립 카페, 디저트 카페와 테마 카페, 심지어 커피 없는 카페는 교회보다 강력한 권능으로 도시를 장악했다. 이건 어떤 병리일까, 아니면 진화의 한 형태일까? 완전히 커피에 미쳤다. 오후 세 시의 바리스타는 과테말라 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산미를 살렸다고 설명했지만, 입 안에는 커피보다 고요가 먼저 퍼졌다. 감각은 늘 조용히 말을 건다. 커피 안에 잠시 육신을 숨기도록. 커피는 두 개의 시간을 지난다. 조명 아래서 라테 거품을 보며 SNS에 올릴 사진을 고르다 목울대로 넘기는 소비자의 시간. 과잉과 선택과 자존감의 양식. 콜롬비아의 새벽 다섯 시, 고도 1,800미터의 비탈을 오르는 생산자의 시간도 있다. 기후 변화로 말라가는 땅을 붙잡는 무릎의 시간. 두 개의 시간이 커피에 섞이면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한다. 누가 만들었을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이때 ESG는 불균형한 시간을 매만지는 불완전. 나에게 커피 잔 밖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현실은 너무 멀리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온종일 혀 끝을 만지는 쌉싸래한 여운은 남반구의 소녀가 먼지를 들이마시며 수확한 시간의 맛이었다. 이른 새벽 고산지대의 습기, 기후 변화의 예언서, 탄소의 무게, 불투명한 공급망의 그림자, 벌레 먹은 커피콩을 골라내는 소년의 손마디, 룽고 한 잔이 남긴 이산화탄소의 발자국, 유기농이라는 품사로 위장한 해충제, 공정무역의 이상한 미소의 껍질, 커피 브랜드의 회계장부, 먼 항구와 뱃길의 냄새가 은은히 섞인 채. 오늘 내가 마시는 5,800원짜리 라테의 하트모양 스팀밀크 거품은, 말하자면, 브라질의 골짜기와 바다 사이에 갇힌 소작농의 손에서 출발해, 코스타리카의 협동조합, 스위스의 수입상, 암스테르담의 가격협상 테이블, 동남아의 세척공장을 거쳐 온 결정체이자, 도덕적 유체이자, 지구의 기압 차로 사출된 액체이다. 노동은 뜨겁고 길다. 소년 소녀 노동자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바구니를 들고는 일회용 컵 안에서 시계태엽처럼 돌고 있다. 아름다우나 잔혹하게는 비치지 않도록 설계된 체계. 그게 지금 이 커피인 것이다.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잠들지 않는 자책의 서사로 변형되는 과정에는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 대한 질문이 웅크리고 있었다. 이 커피는 진짜 착한가? 이 커피를 마시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될까? 중요한 질문은 늘 그런 식, 복잡하고, 모호하고, 미묘한 산미와 죄책감이 소용돌이친다. 꼭 커피처럼. 한국인은 빠르다. 효율을 사랑한다. ESG의 속도는 때로 뒤처진다. 혹은 너무 느려서 지치게 만든다. 어떤 날은 커피를 마시는 과정조차 피곤하다. 카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뭘 마시지? 라테? 아메리카노? 콩은 어떻게 갈아달라고 하지? 중간? 굵게? 우유는? 내 성격의 반은 결정 장애, 나머지 반은 결정 끝의 죄책감. 커피 한 잔 주문하면서 나는 무기력과 죄책감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너무 많은 선택지,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도덕. 모든 것과 모든 것의 무한대.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인류가 정교하게 분할한 노동의 결과물. 좋은 소비자가 되려는 강박과 윤리적 무감각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그런데 ESG 프레임이 그 줄타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순간에도, 마시고 바로 버린다는 테이크아웃 커피의 모토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문제가 아니라, 시간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 참견하는 것이다.화가가 색과 선을 조심조심 캔버스에 얹듯, 오늘 바리스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사뭇 수묵화 화가처럼 원두, 물, 온도, 시간, 손의 형태를 조절한다. 분쇄된 원두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 주전자의 가는 물줄기가 천천히 뿌려지는 광경은 이 시절이 커피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축약한다. 그 틈새로 의지가 드러난다. 사실 ESG란 의지의 다른 이름 아닌가.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때, 나도 그렇게 물을 붓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부풀어 오르는 커피를 응시한다. 몇 분 동안 커피라는 세계의 시민이 되어. 그런데 그 감각은 오만이었다. 나는 노동하지 않았고, 땀을 흘리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직접 겪지 않았다. 커피를 골라 마신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주어진 소비자의 특권이었다.내가 진심으로 윤리적인 커피를 마셨다고 확신한 건 6년 전, 수요일 오전 11시 37분이었다. 정확한 시간을 아는 건 죄책감 때문이었다. 나는 노출 콘크리트가 공간 전체를 두른 브루클린의 카페에서 사파이어색 염색 머리와 이(李)자와 죽(竹)자, 레터링 타투로 휘황한 바리스타의 어깨를 보며 '풍부한 베리 향과 다층적인 시트러스의 여운, 끝에서 꽃향기가 올라온다'고 소문자로 적힌 콜롬비아 카우카 커피를 주문했다. 한 잔에 7.25달러 하는 커피 이름은 놀랍게도 '네 아이의 향기'였다. '마리아의 언덕', '비 오는 오후의 온기'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콜롬비아 여성 농부들의 공동체가 지었다고 했다. 메뉴에 농장 이름과 가공 방식, 산지의 고도까지 표시했다는 사실은 자랑이 아니라, 상상 이상의 존중감이었다. 커피 한 잔을 둘러싼 또 하나의 서사, 다감하고 명료한 메시지는 위협도 고발도 없이 나의 분별에 윤리를 뒤섞었다. 지속가능성이 디자인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니. 그러나 '공정무역' 마크를 볼 때의 안도감은 무지와 통했다. 소비자의 지위로 배지를 보며 일종의 면죄부를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커피 재배 농부에게 공정한 삶이 보장될까? 일상소비의 정치성 또는 아주 사적인 문제로서 나는 어떤 소비자가 될 것인가? 누구를 생각하고, 무엇을 믿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건드릴 것인가? 얼마나 알고, 얼마나 외면하며,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나는 완벽하지 않다. 완전한 무지도 아니다. 그러나 그 날 나는 커피 한 잔으로 착한소비라는 서사에 포섭된 채 도덕적 자아를 다독이며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다.공간은 책임을 감춘다. 혹은 드러낸다. 강남대로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하루 수천 잔의 커피가 오가는 동안 거의 아무런 정보도, 출처도,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는다. 반면, 을지로 상가 3층의 카페 구석에는 원두포대 자락이 놓였다. 바닥에 닿은 마대는 커피 원산지, 땅, 노동자의 체온까지 매장에 참여한다고 선언한다. 이때 ESG는 슬로건 대신, 공간의 선택과 배열, 재료와 구조, 커피잔과 휴지통 사이의 윤리로 드러날 것이다. 지금 몇몇 프랜차이즈는 일회용 컵을 줄였고, 텀블러를 쓰면 소액을 할인해 준다. 동전 몇 개가 기업윤리와 환경보호라는 거대한 어휘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몰라도. 제주의 커피숍은 플라스틱을 녹여 컵 받침으로 쓰고, 강릉의 로스터리는 산지 노동자와 직거래 구조를 만들고, 포항의 소규모 카페는 커피 찌꺼기를 지역비료로 제공하고, 망원동의 커피 하우스는 재활용 목재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조용하고 더딘 방식의 저항, 느리고 제한적이되 문화적 감수성을 조율하는 태도로서.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보다 '불편함'이라는 낱말에 훨씬 민감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감지하는 장치와 같다. ESG란 결국 불편을 받아들이는 관대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소비자가 편의를 잠깐 유보할 때, 시스템은 도약할 여지를 가질 것이다. 혁명이라기보다 미묘한 균열이랄까. 하지만 균열이 세상을 바꾼다.올봄에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시를 읽었다. 해 뜨기 전,이 땅은 숨을 고른다.진흙 길에 내 발자국이 찍히기 전까지나는 그림자도 아니고, 이름도 없다바구니는 비어 있고손은 기억을 되새긴다이마에 떨어지는 땀보다 먼저햇살이 붉은 열매를 부른다.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내 딸의 발소리를 떠올린다내 손톱 밑으로 스며든껍질의 붉은 즙,무너진 손마디,나는 커피나무 그늘을 떠나지 않는다.매일 아침 커피를 마신다. 정확히는 내 꿈의 여운을 마시고, 내 망설임의 끝자락을 핥고, 내 도덕의 명확함을 씻는다. 이 시간을 회복이라고 부르려다 말고 나는 읊조린다. 이 커피는 누구의 삶을 지나왔을까. 커피 위에서 부유하는 모든 것을 삼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커피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by 이충걸(에세이스트, 전 GQ코리아 편집장, 장편소설 ‘너의 얼굴’저자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