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기념일]
'세계 동물의 날' 발견하는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기'
2025.10.02
10월 4일은 동물 권리 보호와 동물 복지를 위한 행동을 장려하는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같은 날을 법정 기념일인 '동물보호의 날'로 제정해 그 의미가 더 커졌다. 동물의 날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할 주제는 멸종 위기종 보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복지, 봉사동물과 실험동물에 대한 권리 보호 등 그 범위가 무척 넓다. 올해 '세계 동물의 날'은 멸종 위기종 보호와 동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주요 테마로 다루는 한편, 국내 '동물보호의 날' 행사에서는 우리 주위 동물에 대한 보호와 복지 증진을 다루며 같은듯 다른 방향성을 보였다.10월 4일, 기념일을 맞아 '세계 동물의 날'과 우리나라 '동물보호의 날'의 제정 과정을 살펴보자. 두 기념일의 주제인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와 '동물 복지 증진' 두 큰 틀로 나누어, 동물 보호 활동의 현주소와 '세계 동물의 날'을 기념한 국내 지자체, 기업의 활동을 정리했다. [세계 동물의 날 포스터 ⓒ WorldAnimalDay]'세계 동물의 날'이 한국에서 '동물보호의 날'로 제정되기까지세계 동물의 날은 독일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하인리히 짐머만(Heinlich Zimmerman)'의 제안으로 1931년 국제동물보호회의에서 지정됐다. 짐머만은 격주간지 '인간과 개(Mensch und Hund, Man and Dog)'를 출판해 동물 복지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동물 학대 금지 운동을 하는 등 동물 보호에 헌신적이었던 사람이다. 10월 4일로 제정된 이유는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생을 보낸 13세기 로마 가톨릭 성인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축일이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세계 동물의 날은 영국의 동물 복지 단체 '네이처워치 재단(Naturewatch Foundation)'에서 운영한다. 네이처워치재단은 올해 테마로 'Save animals, Save the planet'을 내걸었는데, 생명다양성의 손실과 서식지 파괴, 기업적 농업과 오염까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환경이 서로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테마가 선정되었다.[동물 보호의 날 포스터 ⓒ 농림축산식품부]한국에서는 세계 동물의 날을 기념하며 다양한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관련 행사를 진행해 왔다. 서울시가 2024년 10월 4일을 '서울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하기는 했으나 법정기념일로 제정해 기념하게 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재명 정부는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10월 4일을 법정기념일인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해 선포했다. 기념일 지정과 관련해 2010년대에도 여러 번 국회에 안건이 발의되었으나 성사되지 못하다 2023년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이후 마침내 통과된 결과다. 사라지는 동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1970년 이후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평균 73%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생물 보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 2018∼2027'을 수립해 27년까지 멸종위기생물 25개 복원을 목표 중이다. 이전까지 서식지 파괴, 남획 등으로 인한 먹이사슬 구조 훼손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기에 단순히 멸종위기 동물을 키워 방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식지를 복원하고, 건강한 먹이사슬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6월 1급 멸종위기종인 여우가 고라니를 사냥하고, 2급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와 담비가 고슴도치, 산토끼를 사냥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작은 동물들에게 마음이 갈 수도 있지만, 이러한 먹이사슬의 실현은 야생으로 돌아간 멸종위기종이 잘 적응하고 안정적인 생태계로 회복되어 간다는 결과의 반증이다. [고라니를 물어가는 여우 ⓒ 국립공원TV]세계 동물의 날 전후로 민간에서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캠페인이 다수 진행되는데, 제일기획과 세계자연기금은 지난해 세계 동물의 날을 기념해 여행 플랫폼을 활용한 이색 기부 캠페인 '애니스테이'가 주목을 모았다. 국내 숙소를 검색하면 인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동물들이 주인인 숙소가 노출되며, 상세 페이지에서 멸종 위기 동물과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약으로 후원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동으로 기부되며, 후원금 전액은 세계자연기금 국내 멸종위기종 보호와 서식지 보전 활동에 사용된다. 이 캠페인은 다소 멀게 느껴지는 멸종위기종이 생각보다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을 효과적이고 재치 있게 담아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밖에도 매년 국내의 민간, 국공립 동물원, 수족관에서 멸종위기종 관련 교육과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애니스테이 캠페인 ⓒ 세계자연기금]동물이 행복한, 동물복지를 위한 노력1978년 UN에서 세계 동물권 선언이 발표된 이래 '모든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EU는 동물을 '감각이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농장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 모두 복지 기준을 만들고 법안을 제정했다. 한국은 올해 9월 27일, 동물 보호의 날 행사에서 최초로 '동물을 소유물이 아니라 생명체'로 인정하는 '동물복지 헌장'을 선언했다. 동물 생애주기에 맞춘 복지와 재난 상황에서의 보호, 과학적인 동물복지 지표, 평가체계 구축, 민관 협력 등으로 동물 복지를 다루는 내용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동물 정책과 관련해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부와 민간의 실천 기준을 약속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나아가 우리정부는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변경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가봉사동물 은퇴견 지원 업무협약 체결식ⓒ농림축산식품부]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것은 '국가 봉사동물 입양 업무 협약식'이었다. 국가 봉사동물은 일생의 3분의 2 이상을 공공업무에 복무한다. 그렇지만 봉사동물 10마리 중 8마리는 은퇴 후 입양 실패로 견사에 갇혀 지낸다. 봉사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이 업무 협약에 봉사동물이 근무하는 경찰, 소방 등 여섯 개 기관이 모두 뜻을 모았으며 입양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여러 민간기관과, 은퇴한 봉사동물을 입양하면 진료비, 사료비, 장례비를 큰 비중으로 할인 받을 수 있게 하는 협약을 맺었다. 입양 전 은퇴 봉사동물과 입양예정자가 여행을 함께 떠나,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프로그램도 화제였다. 최근 진행된 입양 활성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도 언론과 시민들이 관심이 모여 관련 입법까지 진행되어 봉사동물의 복지 향상이 기대되는 중이다.세계 동물의 날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의제는 너무나도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동물권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으며 기후 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생물종 멸종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크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 주위 또는 우리 멀리 있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념일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더욱 풍성해질 국내 여러 지자체와 기관, 민간의 움직임에 계속 주목하자.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