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어떤 결정은 빠르게 자동화로 진행되고, 어떤 판단은 사람 대신 알고리즘의 몫이 된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조직은 빠르고 유연한 대응을 해야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은 '우리는 지금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한다. 이것은 단순한 조직문화의 영역이 아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가, 그러한 지속가능성은 어떤 데이터로 평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는 조직의 건강함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야기하며 '존중'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내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단어들이 실제 조직의 시스템에 반영되었는지, 아니면 그저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는지는 조직의 일원이 되어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조직 내의 다양성이나 포용성은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이었고, 좋은 동료나 리더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요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직의 건강함을 입증하는 일은 막연한 과제였다.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련 정책: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보고서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조직에 진입하고 누가 이탈하는지, 돌봄의 책임이 특정 구성원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지, 불편함을 관리할 공식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하는지 등의 핵심 데이터는 단순한 인사 통계가 아니다. DEI 보고서를 통해 '존중'과 '포용'이라는 개념이 수치와 구조라는 데이터로 치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데이터는 모호했던 조직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회복탄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수행한다.

[가치 개념의 데이터화 이미지 © Chat GPT]
평가를 위한 답변이 아닌 우리만의 기준점
물론 지표는 언제나 양날의 검과 같다. 정량화된 데이터는 기업의 성과를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완해야 할 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의 DEI 보고서를 단순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홍보물로만 정의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이다. DEI 보고서의 본질적인 가치는 보고서를 통해 '어떤 기준으로 조직을 설계했는가'를 점검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있다. 기업마다 규모와 산업군이 다르므로 정답은 없겠지만, 기업은 DEI 보고서를 보여주기식 위주의 답변으로 채우지 않고 조직만의 기준으로 데이터를 마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러쉬코리아의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사례는 흥미롭다. 러쉬코리아는 DEI 보고서에 단기적인 캠페인이나 보여주기식 제도를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조직을 움직이는 기본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수치와 언어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구성원의 호칭과 근무 방식은 물론, 장애인 고용을 위한 맞춤형 직무 설계와 육아와 돌봄을 바라보는 거버넌스까지- 이 모든 요소는 특정 집단을 위한 일시적인 혜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을 인정하는 현실 위에 설계되었다.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 Lush Korea]
특히 '실수를 포용하는 피드백 문화'에서 심리적 안전망을 정량화된 지표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 구성원의 76.8%가 '실수했을 때 비난 대신 개선 중심의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응답한 수치는 포용의 가치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 체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는 러쉬코리아가 지향해온 무형의 가치를 차분히 기록하고 데이터로 입증해 낸 결과물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적 토대
지금 시대의 기업은 무엇을 성과로 삼는지뿐만 아니라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말이 아닌 '구조'와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DEI 보고서는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다. 우리는 DEI 보고서를 통해 조직의 완성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책임있게 나아가고 있는 조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약속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제도에서 증명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