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과 7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집중적으로 발간된다. 5월에서 7월 사이 이루어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탄소 배출량 인증 시기와 맞물리고, 전년도 경영 성과 데이터도 확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의 ESG 공시 기준 의무화 흐름이 강화되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무게감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AI 산업 호황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올해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두 기업의 보고서에는 그 성장이 환경에 남긴 흔적과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함께 담겨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눈여겨 볼 만 하다.
SK하이닉스, 성장의 속도만큼 감축의 속도도 높인다
2025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2025년 9월에 세계 최초 차세대 AI용 메모리인 HBM4 개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까지 성장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환경 부담 역시 커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SK HYNIX SUSTAINABILITY REPORT 2026'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강조하는 지점은 '성장과 감축 사이의 균형'이다. SK하이닉스는 2050년 넷제로(Net Zero) 및 RE100 달성을 장기목표로 2030년까지 스코프1·2(Scope 1·2)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률 33% 달성을 중간 목표로 설정했다.
[SK하이닉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SK HYNIX SUSTAINABILITY REPORT 2026'-공정가스 배출 감축 성과 ©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공정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가스를 대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5년에는 공정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사불화탄소(CF4)를 가스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삼불화질소(NF3) 가스로 전환하여 감축 효율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2025년 공정가스를 52% 감축하며 기존 49%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SK하이닉스 고유의 ESG 경영 전략인 '프리즘 프레임워크(PRISM Framework)' 내용도 담겨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프리즘 프레임워크를 공개한 이후로 매년 이해관계자와 ESG 경영을 통한 지향점을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와 생물다양성, 협력사 ESG 역량 강화까지 아우르는 프리즘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 목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탄소관리위원회와 ESG경영위원회, 지속경영위원회로 이어지는 3단계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생산 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한 반도체 기업이 넷제로를 선언했을 때, 그 목표를 어떤 경로로 실현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환경부터 AI 윤리까지, 삼성전자의 전방위 ESG 전략
삼성전자는 올해 열아홉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A Journey Towards a Sustainable Future'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333.6조 원, 영업이익 43.6조 원을 기록한 2025년 삼성전자의 ESG 성과가 담겼다. 삼성의 기업 규모만큼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다뤄지는 영역도 광범위하다.
먼저 환경 분야 전략은 기후위기 극복 동참,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중장기 계획인 신(新)환경경영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부문에서는 2030년 스코프 1·2(Scope 1·2) 탄소중립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부문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DX부문에서는 작년에 전체 전력 사용량의 94.8%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삼성전자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A Journey Towards a Sustainable Future’- AI Safety Framework 소개 © 삼성전자]
사회 분야에서는 AI 윤리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제도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강조하는 AI 윤리 원칙을 체계화하여 제품 전 생애주기에 적용하는 자체 'AI 안전 프레임워크(AI Safety Framework)'를 구축했다. 또한,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2030년까지 중대재해 제로(Zero)와 근로 손실 재해율(LTIR: Lost Time Injury Rate)의 최상위 수준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공급망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공급망 경영 강화를 위해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차 이하 하위 협력사까지 인권 및 환경 실사(Due Diligence)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와 상생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단순한 성과 홍보가 아닌 이해관계자와의 약속이 되려면, 목표 설정보다 이행 경로의 구체성이 중요하다. 내년 이 시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그 약속의 무게를 가늠하게 해줄 것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