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마다 복날이 되면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식당으로 모인다. 장어구이 전문점과 마트 수산 코너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삼복(三伏)은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한여름 무더위의 절정을 상징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세시 풍속이다. 삼복 각각의 날짜를 뜻하는 복날은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정한 잡절(雜節)로, 농사나 생활 풍습에 맞춰 자리 잡은 날이다. 조상들은 이 시기에 보양 음식으로 더위에 지친 기력을 채웠고, 그 풍습은 오늘날 삼계탕과 장어구이 등 다양한 보양식을 찾는 문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보양식으로 밥상에 오른 닭과 장어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탄소배출과 멸종위기동물, 동물의 복지와 같은 뜻밖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삼계탕 한 그릇에 담긴 탄소와 동물복지
가장 먼저 짚을 것은 축산으로 인한 환경 부담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에 따르면 축산 식품 시스템은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닭고기는 소·양고기보다 단위 생산량당 탄소배출량이 낮은 편이지만, 대량 소비를 뒷받침하는 밀집된 생산 구조는 별도의 문제를 낳는다. 높은 사육 밀도는 동물의 스트레스와 질병 관리 문제를 낳을 수 있으며, 감염병 발생 시 병원체가 빠르게 확산할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 농림축산검역본부 유튜브 채널]
이에 정부는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인도적으로 사육될 수 있도록 돕는 동물복지 기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한 농장을 인증하는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운영중이다. 그 대상은 2012년 알을 낳는 산란계를 시작으로 고기로 먹는 육계 등으로 확대되었다. 인증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에는 별도의 인증 표시가 붙는다. 동물복지가 단순한 윤리를 넘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와 관련된 화두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복지는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 등 국제연합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연결되는 의제로도 논의되고 있다.
밥상 위의 멸종위기종, 장어
복날 보양식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장어는 더 직접적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극동산 뱀장어는 2014년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됐다.
뱀장어는 인공적으로 양식장에서 수정란을 부화시키는 완전양식 기술이 개발됐지만, 인공종자의 대량생산과 산업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양식장에서 기를 어린 뱀장어인 실뱀장어를 바다와 강 등 자연에서 직접 잡아 확보하는 자연 포획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양식 장어라고 해도 그 시작은 야생에서 잡힌 개체인 경우가 많은 셈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린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위협종에 해당하는 3개 종으로 추정된다.

[뱀장어속 CITES 부속서 II 제안서 등재 부결 확정 © 해양수산부]
이와 관련하여 국제 규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1~12월 열린 '멸종위기종국제거래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이하 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유럽연합과 파나마가 공동 제안한 '뱀장어속 전 종의 국제거래 규제' 안건이 한국·일본 등 주요 소비국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논의 내용은 뱀장어속 전 종을 CITES 부속서 II에 등재하는 방안이었다. CITES는 국제 거래로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동식물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부속서 I·II·III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이 가운데 부속서 II는 현재 당장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더라도 거래를 관리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종을 대상으로 한다. 부속서 II에 등재되면 국제 거래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 허가와 같은 엄격한 관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등재안은 부결됐지만, 규제를 피했다고 해서 자원 고갈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보양식은 가능한가
지속가능한 보양식을 위한 해법은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이나 지속가능한 수산물 인증처럼, 소비자가 생산 과정을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표시 제도가 그 출발점이다. 국제적으로는 자연산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인증, 양식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ASC) 인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식물성 원료나 배양기술로 만든 대체 단백질도 축산·수산의 환경 부담을 덜어낼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식탁 위 반찬에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동안 식품·유통 관련 기업은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한다. 식탁에 오르는 원재료가 어디에서 생산되었고, 조달 과정에서는 어떤 환경·사회적 영향을 남겼는지, 그 자료를 얼마나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식품·유통 관련 기업들은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환경·인권 위험을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공급망(Sustainable Supply Chain)'을 주요 경영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자율적인 관리에만 머물지 않고 공시 제도의 변화와도 맞물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여당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최종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기업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위험을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 산업 역시 원재료의 생산과 조달,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공급망 차원에서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계탕 © 한식진흥원]
복날 보양식은 본래 계절과 자연의 리듬에 맞춰 몸을 돌보려던 조상들의 지혜가 만든 음식이다. 그 지혜를 오늘날 잇는 방법은 밥상에 오르는 한 그릇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살펴 보는 데 있다. 올해 중복에는 삼계탕과 장어 한 그릇을 통해 우리의 식품 소비와 지속가능성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되짚어 보자.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