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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나무 '심기'의 진정한 의미
2026.04.03

4월 5일이 오면 어김없이 기업들의 보도 기사가 쏟아진다. 기사에는 임직원 수십 명이 삽을 들고 묘목 앞에 서 있는 사진과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문구, 그리고 심은 나무의 숫자가 적힌 나무판까지 익숙한 풍경이 담겨있다. 

연간 수천억 원의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이 식목일 하루동안 나무 100그루를 심고 보도 기사를 배포하는 풍경은 어느새 국내 기업의 정형화된 ESG 활동 사항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기업의 산림 관련 ESG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살렸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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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기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모습 ⓒ 현대자동차 CSR 디지털 매거진]



나무심기 비즈니스의 진화: 시민 참여에서 기업 파트너십으로 

나무심기 비즈니스는 한국에서 약 15년의 역사를 지닌다. 2010년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해  '유저들이 가상 공간에 나무를 심으면 실제 현실에서 나무가 식제'되는 모델로 주목받은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은 나무심기 비즈니스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전성기에는 유엔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UN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의 공식 앱으로 선정됐고, '동방신기숲', '소녀시대숲'과 같은 K팝 스타의 이름을 딴 '스타숲' 캠페인으로 해외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트리플래닛 사업의 무게중심은 시민 참여형 앱이 아니다. 트리플래닛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2024년부터 5년간 산림생태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경북 칠곡군과 밀원수림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등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ESG 수요 뒤에 가려진 탄소크레딧의 신뢰성 위기

이러한 변화는 나무심기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직접 나무를 '사는' B2C 감성 모델에서 기업이 ESG 실적을 위해 숲을 '발주'하는 B2B 수탁 모델로의 전환이다. 그 배경에는 2050 넷제로 선언 이후 가시적인 자연 기반 활동에 대해 기업의 수요가 폭증한 흐름이 있다. 

그러나 이 수요가 항상 진정성 있는 산림 복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25년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구매한 브라질 REDD+ 프로젝트(산림 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위한 활동)의 탄소 감축 효과는 0으로 나타났고, SK증권이 구매한 캄보디아 REDD+ 사업의 탄소 감축 효과도 11.52%에 그쳤다. 

구글은 2024년 7월, 온실가스를 감축 및 흡수한 만큼 인증받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배출 권리인 산림 탄소크레딧 구매를 전면 중단하고, 직접 배출을 감축시키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글로벌 탄소시장 전문조사 업체 MSCI 카본마켓(MSCI Carbon Market)은 2024년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를 약 14억 달러(약 2조 원)로 추산했지만, 실제 탄소크레딧을 구매 및 사용 후 소각한 수량은 2023년~2025년 3년 연속 1억 8,000만 톤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이 탄소크레딧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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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ajai REDD+ Project ⓒ Kluthe]



검증된 숲을 향한 발걸음

이제 '식수 행사 한 번으로 ESG를 완성했다'는 식의 단순한 발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도 압박 요인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그린워싱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예고했다. EU는 이미 친환경 주장을 할 경우 검증 가능한 근거 제시를 의무화하는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채택한 상태다. 이렇게 엄격해진 환경은 생태 복원의 질과 투명한 검증 체계를 갖춘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 나무심기 비즈니스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나무의 수 뿐만이 아니라 생태계 복원의 질,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다년간의 추적 관리, 마케팅 도구가 아닌 검증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식목일이 돌아올 때마다 기업들이 삽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는 풍경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사진 한 장 뒤에 5년의 모니터링 데이터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나무 심기의 의미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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