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7월 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ESG 공시 도입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 5년만이다. 이번 공시 최종안은 올초 공개된 정부 초안과 비교해 기업 자산총액 기준은 낮추고, 법정공시는 즉시 시행토록 하는 등 국제 기준에 맞춰 한층 내용이 강화되었다. 금융위원회는 "공시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이행을 이끌어나가겠다"며 공시 최종안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실]
초안과 달라진 핵심
이번 공시 최종안의 가장 큰 변화는 공시 대상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전 초안은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하는 구조였다. 최종안은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하여 2029년 5조 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확정됐다. 당정은 이후 2030년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추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8년 291개사, 2029년에는 3,171개 기업이 공시 범위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기업 일부는 2029년부터 EU 역외공시* 의무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공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논리가 이번 최종안에 반영된 것이다.
*EU 역외공시 : EU 역내 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는 비EU 기업에 대해 EU가 정한 기준에 맞춘 ESG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

[ESG 공시 최종안 적용 시 공시 포함 기업 수 © 금융위원회]
공시채널도 달라졌다. 정부 초안은 2028년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거래소를 통한 의무공시를 먼저 시작하고, 일정기간 경과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최종안은 2028년 첫 공시부터 거래소 의무공시 대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기재사항으로 즉시 편입하는 법정공시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지되는 정책과 면책 제도
공시 최종안의 최대 쟁점중 하나였던 스코프 3(Scope 3)공시는 기업별로 공시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은 2031년, 5조 원 이상은 2032년, 2조 원 이상은 2033년(잠정)부터 해당 방침이 적용된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기업은 스코프3 공시를 면제한다.

[ESG 공시 최종안 추진 방향 © 금융위원회]
공시 최종안 도입 초기 3년 동안은 혼란을 막기 위해 기업 대상 면책제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시 정보 전반에서 공시 오류나 누락이 발생하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폭넓게 면제될 수 있다.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과 행정 책임을 엄격히 묻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시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의무화된다. 인증범위, 수준, 인증업자 진입규제 등 세부적인 제도설계는 의무화 일정에 맞춰 자본시장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화 될 예정이다.
공시 최종안에 대한 우려와 과제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공시 최종안 발표 전날 공동성명에서 "공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자율공시 단계 없이 법정공시가 바로 시행되면 법적 리스크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스코프3를 3년간 유예하는 제도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제도적, 산업적 격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ESG 공시 및 탄소배출량 산정 관련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8년까지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을 개발하여 무상공개하고, 주요 수출 15개 업종의 '공급망 특성별 스코프3 가이드라인'을 구축 및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ESG 공시 의무화의 방향은 확정됐다. 이제 기업에게 남은 과제는 규제에 맞춰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수집과 관리, 검증 체계를 실질적으로 갖추는 일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