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부터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인기다. 작품 속 취사병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병들이 기다리는 최고의 한 끼를 만들어낸다. 우리 부대 취사병이 정말 요리를 잘했다면 어땠을까. 군복무 경험이 있는 시청자라면 드라마를 보며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한정된 식재료로도 장병들이 기다리는 메뉴를 만들고, 식당 앞에는 자연스럽게 줄이 길어지는 그런 모습 말이다.

[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 CJ E&M]
군대에서 식사 시간은 묘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날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어떤 날은 허기만 채우고 빠르게 생활관으로 복귀하고 싶은 시간이다. 같은 부대 안에서도 메뉴에 따라 식당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유독 빠르게 동나는 메뉴가 있는 반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반찬도 있다. 식판을 깨끗하게 비우는 날도 있지만, 반찬 한두 가지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퇴식구로 향하는 날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군대에서는 얼마나 많은 음식이 남겨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음식들은 왜 남겨지는 걸까.
남겨진 식판은 누구의 책임일까
장병들이 군대 급식 식사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반찬을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먹지 않는 반찬이 식판에 올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훈련이나 작업 일정 때문에 식사를 급하게 마쳐야 하는 날도 있고, 배식 시간이 늦어져 음식 상태가 처음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군대 급식소는 장병 수와 훈련 일정, 외출·외박 인원 등을 고려해 음식을 준비하지만 이 부분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음식이 부족하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분을 준비하게 되고, 그 결과 일부 음식은 배식조차 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군대 음식물류 폐기물 현황 © 2024년 국회 국방위 국감 황희의원실, 자료 통합 재구성 ]
실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군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연간 10만 톤을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음식물 쓰레기 상당 부분이 장병들이 먹다 남긴 잔반이 아니라 조리 후 배식하지 못한 잔식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식판 위에서 남겨지는 음식보다 식판에 오르기도 전에 버려지는 음식이 적지 않은 셈이다.
부실 급식 논란이 남긴 변화
군대 급식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21년 '코로나19 격리 장병 부실 급식 논란'이었다. 당시 공개된 식단 사진은 군복무 경험이 없는 사람뿐만 아니라 제대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식단 사진을 본 제대자들 사이에서는 "식단 구성이 예전보다 못하다", "왜 아직도 이런 문제가 반복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군대 급식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해당 사안이 과거에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감수해야 할 문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장병 복지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강해졌다. 사회 전반에서 생활 환경과 복지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군대 급식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대 맞춤형 군 급식 혁신 TF 출범식 © 대한민국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
논란 이후 국방부는 급식 체계 개선에 나섰다. 장병 선호도를 반영한 식단을 확대하고, 조리 시설 개선과 급식 품질 향상 사업을 추진했다. 병사 급식비 역시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과거에는 '허기를 채우는 식사'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실제로 만족하며 먹는 식사'가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장병 만족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지 않는 음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식재료와 예산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결국 잘 먹는 식사가 가장 적게 버려지는 식사이기도 하다.
퇴식구에서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히 남은 음식 정도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음식이 버려지는 순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식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물과 비료, 농기계 연료, 운송 과정에서 사용된 에너지, 조리를 위해 사용된 전기와 가스까지 모두 음식과 함께 버려진다. 그래서 음식물 폐기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자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남겨진 음식은 수거 과정을 거쳐 사료나 퇴비, 바이오가스 원료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활용된다고 해도 처음부터 버려지지 않는 것만큼 효율적일 수는 없다. 처리 과정에도 추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급식 정책이 단순히 메뉴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선호도 조사와 잔반 관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만들고, 만든 음식이 실제로 소비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드라마 속 전설의 취사병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 급식에서 필요한 것은 전설적인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러한 사람이 필요 없는 급식 체계일 것이다. 군대 생활을 떠올릴 때 '남겨진 식판'보다 '잘 먹었던 한 끼'가 먼저 기억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군대 급식이 지향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