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하 북중미 월드컵)이 오늘 막을 올렸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16개 도시에서 48개국이 참여한 104개 경기'라는 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다른 종류의 숫자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과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등 학계와 환경단체들이 2025년 공동 발간한 보고서 'FIFA의 기후 사각지대(FIFA's Climate Blind Spot)'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약 902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월드컵 평균 배출량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축제가 역대 최대 탄소 배출이라는 그늘을 함께 드리우고 있다.
참가국이 늘수록, 탄소도 함께 늘었다
탄소 배출 증가의 핵심은 경기장이 아니라 이동 거리에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대회는 대부분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므로 카타르월드컵처럼 신규 경기장 건설이 핵심 쟁점은 아니다. 그러나 마이애미와 밴쿠버 사이 거리가 4,500km를 넘는 등 개최지가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어 팀과 팬들이 항공편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중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약 770만 톤이 항공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항공 부문 배출량만 1,370만 톤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대표팀은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을 순서대로 이동해야 하는데, 북미 대륙을 Z자로 가로지르는 이 이동 경로는 탄소 배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경기장 안에서의 90분보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이동 과정이 더 큰 환경 부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캐나다 경기장으로 지정된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 © BC Place 공식 X]
폭염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기상당국은 대회가 열리는 6~7월 북미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역사적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최도시 16곳 중 14곳이 고온 환경에서 사람이 느끼는 온열 지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습구흑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 WBGT) 28℃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으며, 이는 위험 수준이다. 휴스턴, 댈러스, 애틀랜타 등 일부 도시는 냉방 시설을 갖춘 경기장을 운영하며 대규모 냉방 자체가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위기가 월드컵을 덮치는 동시에 월드컵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순환구조다.
탄소 배출 감축을 향한 FIFA의 약속, 어디까지 진심인가
FIFA는 2021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FIFA 기후 전략(FIFA Climate Strategy)'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보고서에는 친환경 인프라 구축,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 에너지 사용 장려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그러나 선언과 행동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FIFA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스위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증 불가' 및 '구체적인 상쇄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 홍보 판단을 받았다. 선언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석유 기업 아람코(ARAMCO)의 원유 생산·정유시설© 아람코 홈페이지]
2024년에는 각국의 여자 프로 축구 선수들이 FIFA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일이 있었다. 당시 FIFA는 사우디아라비아 내 세계 최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와 4년간 후원사 계약을 맺어 아람코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27년 여자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됐다.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석유로 돈을 버는 기업과 FIFA가 후원을 맺은 것에 대해 여자 축구 선수들은 "잔디 경기장을 기반으로 한 축구는 극심한 더위, 가뭄, 화재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FIFA를 응원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탄소 감축을 선언하면서 화석 연료 기업의 후원을 받는 FIFA의 행보가 그린워싱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FIFA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경기 시간 조정과 선수들의 수분 보충 및 휴식 시간 도입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와 연구진은 근본적인 기후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형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 이동 동선 축소뿐 아니라 대회 규모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전했다. 참가국 확대와 분산 개최라는 FIFA의 성장 전략이 구조적으로 탄소 배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는 한 다음 대회도, 그다음 대회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의 축제인 동시에 FIFA가 수년간 내세워 온 탄소 감축 선언의 실효성이 본격적으로 검증되는 무대가 될 것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