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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유류세 인하, 민생과 탄소중립 사이에서
2026.06.05

정부가 차량용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31일까지 연장하고, 국제선 항공 유류할증료도 6월부터 최고 단계 대비 약 20% 하락한다. 두 조치 모두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에 따른 민생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ESG 관점에서는 두 조치로 인해 환경(E)사회(S)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유류세 인하와 유류할증료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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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용 유류세 비교 표© ESG.ONL]





먼저 '유류세 인하'와 '유류할증료 하락'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차량용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직접 세율을 조정하는 정책 결정이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5월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전담 조직(TF) 회의를 열고 당초 5월 31일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인하율은 현행과 동일하게 휘발유 15%, 경유 25%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리터당 유류세는 휘발유가 763원에서 698원으로, 경유는 523원에서 436원으로 낮아진 가격이 계속 적용된다. 인하 전 세율과 비교하면 소비자 가격 기준 리터당 휘발유는 122원, 경유는 145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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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보잉 787-10 © 대한항공 공식홈페이지]



반면, 항공 유류할증료 하락은 정부의 결정이 아닌 국제유가 연동 자동 조정이다. 항공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항공유의 일일 평균 가격(Mean of Platt's Singapore Kerosene, MOPS)을 기준으로 33단계로 산정되며, 한 달 단위로 다음 달 발권분에 반영된다. 2026년 2월에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5월 발권분에는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됐으나, 전쟁 협상 기대감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6월 발권분부터는 27단계로 6단계 하향 조정된다. 대한항공을 기준으로 미국과 뉴욕 등 최장거리 노선의 왕복 유류할증료는 112만 8천 원에서 90만 3천 원으로 하락하여 22만 5천 원 저렴해졌다.





기후 목표와 취약계층 사이, 유류세의 딜레마

유류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다. 화석연료 소비에 비용을 부과해 사용량을 억제하고,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탄소 가격 신호' 기능을 한다. 유류세가 낮아지면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석 연료의 소비가 늘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탄소중립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되는 셈이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정 목표로 선언하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화석연료 보조금과 유류세 인하가 탄소중립 목표와 상충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유류세 인하가 비상 대응이 아닌 반복적인 관행이 될수록, 한국의 탄소 감축 경로에 대한 국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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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 ©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그렇다고 유류세 인하를 단순히 환경에 기준을 두고 평가할 수 만은 없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방의 거주자, 생계를 연료비에 의존하는 화물 및 운송업 종사자,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에게 유가 급등의 충격은 훨씬 크게 작용한다. 재정경제부가 산업·물류 현장 파급 효과를 고려해 경유에 더 높은 인하율 25%를 적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6%로 약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전가하는 일이 된다.




민생과 환경,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면

결국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정책이다. 한시적 위기 대응으로서 유류세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인하 조치가 반복되고 장기화될수록 그 혜택이 실제로 취약계층에게 충분히 전달되는지, 종료 이후 친환경 전환 지원 정책과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전체 유류세를 일괄 인하하는 방식보다는 저소득층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거나 전기차 전환 지원금 정책이 정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유류세 인하 논쟁은 ESG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환경 사회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실질적 의사결정의 틀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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