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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왁뿌볼이 유행한 자리에 남은 것들
2026.06.02

왁스로 감싼 말랑이를 손으로 깨뜨리는 '왁스 뿌시기 볼', 이른바 '왁뿌볼'이 인기다. 말랑이 겉면을 감싼 왁스를 깨트릴 때의 쾌감이 매력적인 이 장난감은 매번 새로운 유행 아이템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해서 우려를 사는 '소비 후 폐기' 구조의 최신 사례다.



감각자극이 만든 유행, 폐기물이 된 잔해

기존 말랑이가 반복해서 만지며 즐기는 제품인 반면, 왁뿌볼은 겉면을 감싼 왁스를 깨뜨리는 찰나의 소리와 촉감이 재미의 핵심이다. 직접 만지거나 듣는 감각중심의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소비 환경이 있다. 이러한 제품의 문제점은 '소재'다. 장난감에 사용되는 왁스는 통상 석유 계열의 파라핀 왁스로 자연 분해성이 매우 낮으며, 내부 말랑이 소재인 폴리우레탄 계열 합성 수지 역시 재활용 선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왁스 파편과 합성 수지가 뒤섞인 왁뿌볼은 분리배출 기준에 맞는 항목이 없어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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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왁뿌볼 © ESG.ONL]



이렇게 장난감 소재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패턴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팝잇'을 비롯한 실리콘 계열 소재의 완구 열풍이 불었다. 팝잇은 기포를 누르는 촉감을 반복하는 장난감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광고되었지만 유행이 식으면서 대량으로 버려졌다. 실리콘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 분리배출 체계에 해당하지 않아 상당수가 소각, 매립 처리된다. 

기계식 키보드와 굿즈 열풍이 불며 수집 문화로까지 번진 키캡 소비도 마찬가지다. 키캡 자체의 소재는 플라스틱이지만, 소형 혼합 재질 속성상 재활용 체계에 편입되지 못한다. 또한, 교체된 구형 키캡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매립되는 것이 현실이다. 



유행의 속도보다 느린 폐기물 처리

이 모든 사례의 구조는 동일하다. 숏폼 플랫폼을 통해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짧은 유행 기간 동안 소비 후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유행이 끝나고 나면 사회적 관심도 함께 사라진다.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비중이 국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비중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분리배출이 어렵고 재활용도 불가능한 유행 소비재가 바로 이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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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 규제별 영향 비교© 한국무역협회]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소비자 차원의 실천과 함께 제도적 접근 방식도 병행되어야 한다. 2021년부터 EU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1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2023년부터 재사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행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소재 폐기물 비용까지 분담하도록 하는 유럽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한국에서도 구체화되어야 한다. 왁뿌볼 하나가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행이 반복되는 한, 폐기물도 반복해서 쌓일 것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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