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사전투표 개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직까지 선택을 확정하지 못했다면 '2026 지방선거 10대 분야 기후정책 제안서(이하 제안서)'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안서는 시민사회가 후보 검증의 기준틀로 제시한 정책 제안서로, 5월 21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 기후정치바람, 문화연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가 공동 발표했다.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우자'는 기조로 총 10개 분야 30개 정책을 담았다. 환경(E)·사회(S)·거버넌스(G) 관점에서 광역, 기초 단체장 공약을 점검할 기준을 시민사회가 먼저 내놓은 것이다.

[2026 지방선거 10대 분야 기후정책 제안서 © 녹색전환연구소]
제안서가 포괄하는 10대 분야는 ▲지역 주도 탄소중립 정책 ▲에너지전환 ▲이동권 ▲주거권 ▲교육 ▲녹색일자리 ▲기후돌봄 ▲농업·먹거리 ▲생태 ▲자원순환으로 구성됐다. 슬로건이 시사하듯 정책의 초점은 시민 부담을 줄이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교통비, 냉난방비, 먹거리 비용 절감, 에너지, 일자리, 먹거리, 돌봄의 지역 순환 구조 형성이 30개 정책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다. 이처럼 제안서는 기후공약을 시민이 체감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 항목을 풀어내는 데 무게를 뒀다. 시민 단체들은 발간문에서 "지방선거 후보들이 내놓지 않은 기후공약을 유권자들이 직접 찾고 따져봐야 한다"며 "투표일까지 후보들에게 적극적인 기후공약과 정책을 보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버넌스 사각지대를 짚어낸 분석 결과도
제안서가 제시한 정량 데이터 중 ESG의 거버넌스 측면에서 주목할 수치들이 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30년 평균 탄소배출 감축률은 25.3%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인 2018년 대비 약 40% 감축에는 미달했다. 전면 재설계가 필요한 D등급 지자체는 87곳(38.5%)에 달했다.
거버넌스 운영 실태는 더 미흡하다. 기초지자체 226곳 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실제 구성되고, 운영되는 곳은 147곳(65.0%)이며, 구성된 위원회도 연평균 1~2회 회의를 진행하는 데 활동이 그쳤다. 더욱 세부적인 의제를 다루는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7곳(3.1%)에 불과하다. 위촉직 위원의 28.5%가 학계, 연구 분야에 편중된 반면 노동계, 농민은 2.0%, 청년층, 학생은 1.3%에 머무른 점도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운영 중인 147곳 중 51곳(34.7%)은 조례상 성비 균형 규정을 위반하고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안서가 첫 분야로 '지역 주도 탄소중립 정책'을 두고 시민 참여형 계획 재설계와 기후숙의기구 설치를 요구한 배경이다.
에너지 영역의 격차도 분명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약 9% 안팎으로 OECD 평균(31.0%)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베란다 태양광은 독일이 2024년 한 해 43만 대를 추가 설치한 반면 국내는 제도와 보급 인프라 모두 초기 단계다. 에너지 빈곤 가구는 158만 가구로 추산되며,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556만 3,000호로 전체의 약 28%를 차지한다. 제안서가 제시한 '1가구 1태양광 보급체계'와 '집수리 대전환'은 이러한 격차를 직접 겨냥한 정책 카드다.

[2026 지방선거 10대 분야 30개 기후정책 제안 내용 © 녹색전환연구소]
일부 영역에 맞물린 제안서와 후보 공약
시민사회가 제시한 30개 정책 항목을 기준으로 광역단체장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영역별로 반영 정도에 편차가 있다. 이동권 분야에서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기후동행카드 수도권 완전 확대' 공약이 제안서가 요구한 정액형 기후패스 확대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기후동행카드 누적 충전 2,000만 건, 월 80만 명 사용 데이터는 제안서 본문에도 정책 효과 근거로 인용됐다. 녹색일자리 분야에서는 김영록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의 RE100 산업단지 200만 평 공약이 제안서가 제시한 해상풍력·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과 일부 맞물린다.
반면 제안서의 핵심 항목이지만 후보 공약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영역도 있다. 주거권 분야의 '집수리 대전환' 정책은 건물 부문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22.2%를 차지하는데도 광역단체장 핵심 공약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4월 7일 시행된 개정 탄소중립기본법이 의무화한 기후취약계층 보호 역시 민주당의 '기후보험', 조국혁신당의 '기후수당'이 정당 차원에서 거론될 뿐 광역단체장 차원의 실행계획은 드물다.
정당별 관심도의 또 다른 신호는 지난 5월 7일 기후정치바람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시·도지사 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 관계자가 참석한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주최 측의 참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 토론회 현장 © 녹색전환연구소]
보궐선거가 만드는 입법 변수
같은 날 치러지는 14석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변수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ESG 도입·확산지원법, 중소기업 탄소중립지원법, RE100 산단 특별법 등의 입법 동력이 선거결과에 영향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역·기초 단체장이 정책을 끌고 갈 4년 동안, 그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만들 국회 구성 역시 같은 날 결정되는 셈이다. 제안서 역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 분담을 짚었다. 단체들은 발간문에서 "중앙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제도를 도입할 수는 있지만, 기후 대응이 실제로 현실화하려면 지방정부와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시민들이 움직여야 한다"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의 성패는 결국 지방정부에게 있다"고 밝혔다.
제안서 작성을 총괄한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발간 보도 자료에서 "기후정책을 단순한 환경 의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의제로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교통비, 냉난방비, 먹거리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정책이 곧 탄소를 줄이는 정책이라는 점을 후보들과 유권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안서가 첫 분야로 배치판 '지역 주도 탄소중립 정책'이 요구하는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목표 수립, 탄소중립 전담조직 설치, 지역기후기금 조성, 시민참여형 계획 재설계는 모두 단체장의 임기 첫해부터 곧바로 착수해야 할 사안이다. 제안서가 짚은 30개 항목 중 어느 정도가 임기 4년 안에 지역 행정에 안착할지에 따라 2030년 한국 지방정부의 ESG 성적표 윤곽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