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새의 날'은 매년 5월, 10월 두 번째 토요일로 철새 서식지 보호와 개체 수 보존을 위해 유엔환경계획 산하 기구가 제정한 기념일이다. 철새의 이동이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정점을 이루기 때문에 철새의 날은 일 년에 두 번 기념한다. 철새가 대륙과 해역, 습지와 도시를 잇는 생태 연결성의 지표라는 데에 철새의 날이 갖는 의미가 있다. 올해 세계 철새의 날은 '모든 새는 중요합니다. 당신의 관찰도 중요해요!(Every Bird Counts - Your Observations Matter!)'를 공식 주제로 선정하여 철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누가 할 것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철새 보전의 근거로 만들어 갈 것인지 화두를 던진다.
세계 철새의 날 강조하는 '시민 과학'
철새는 국경을 넘고 대륙을 건너며 이동하므로 한 명의 연구자, 또는 한 기관의 조사만으로 그 변화를 온전히 포착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세계 철새의 날은 철새 보호에 있어 시민 과학(Community Science), 즉 시민들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 한 사람이 하천에서 새를 관찰하고 남긴 탐조 기록과 습지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장기적으로는 철새의 이동 경로를 읽어내는 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6 세계 철새의 날 포스터 © 세계 철새의 날(migratorybird.org)]
게다가 2026년은 전 세계 물새류의 개체수 변화를 조사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국제 물새 조사(International Waterbird Census, IWC)'가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와 자연 봉사자, 지역 공동체가 함께 축적해 온 물새 데이터는 습지와 물새의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탐조 행사와 철새 관찰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념행사에 그치지 않고, 자료축적을 통해 국제적 모니터링 체계의 일부가 된다.
공공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취미, 탐조
일부 새 애호가들의 활동으로 여겨졌던 탐조는 쌍안경과 새를 식별해 주는 앱, 온라인 탐조 기록 툴이 결합하며 대중적인 취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철새의 날이 올해 시민 과학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과도 궤를 같이 한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록이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철새 보전의 근거도 탄탄해진다. 특히 글로벌 참여형 조류 데이터 '플랫폼 이버드(eBird)'는 시민의 관찰 기록을 축적해 조류의 연구와 서식지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가을철 한국 갯벌을 기착지로 찾는 중부리도요새 © 이버드(eBird) 공식 인스타그램 ]
국내에서도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순천만습지는 순천만에서 시민들과 조류를 관찰하는'순천만 탐조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서울시에서는 남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탐조와 산책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또한, 고양 장항습지는 철새 탐조를 위한 탐조대와 월별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러한 기획은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경험을 위해 습지와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협력과 결정으로 이어지는 탐조 데이터
세계 철새의 날은 국제 협력 구조로 운영된다. 이동성야생동물보호협약(Convention on the Conservation of Migratory Species of Wild Animals, CMS),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물새 협정(Agreement on the Conservation of African-Eurasian Migratory Waterbirds, AEWA),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st Asian 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이하 EAAFP), 미주 지역 조류 보전 비영리 단체(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EFTA)가 글로벌 캠페인으로서 세계 철새의 날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언급했듯이 철새는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번식지와 중간 기착지, 월동지를 오가며 여러 대륙과 해역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EAAFP는 한국에서 2020년 이후 인천과 화성 지역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검은머리물떼새 포럼, 송도-강화 물새 조사, 화성 습지 생태 조사 등을 진행하며 지역의 관찰과 교육을 국제적 차원의 협력으로 연결했다.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 알려진 검은 딱새 © 이버드(eBird) 공식 인스타그램 ]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시민이 현장에서 남긴 기록과 EAAFP와 같은 협력 기구가 쌓은 데이터는 활용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어느 시기에 조명을 줄여 새들의 이동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인지, 어떤 습지를 남기고 어느 지역의 개발을 조정할지와 같은 선택이 뒤따를 때 비로소 이런 모든 활동의 의미 또한 보전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지방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생긴다. 시민 참여와 협력 기구가 보전의 출발점이라면, 그 데이터를 공간 관리와 입지 판단, 지역 정책에 반영하는 일은 행정과 기업의 몫이다.
이처럼 수많은 시민의 관찰로 축적된 철새의 이동 경로 데이터가 기업과 정부의 실제 결정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철새 보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철새 보전은 결국 철새가 돌아올 곳을 남겨두는 일이다. 세계 철새의 날은 그 역할과 책임이 우리 모두의 기록에서 시작돼 사회적 결정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