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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전력을 삼킨 AI, 앞으로는 무엇을 삼킬까
2026.04.17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는 지구를 지배한 기계 문명 스카이넷이 인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인간의 체열과 생체전기를 연료로 사용하는 영화의 장면은 당시 풍부한 상상력에 기반한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 산업이 기대를 넘어서는 속도로 성장하면서 우리가 마주한 질문이 있다. 우리가 AI와 공존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끌어와야 할까?



데이터센터, 전력망을 흔들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가 2024년에 발표한 보고서 ‘에너지와 AI(Energy and A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TWh(테라와트시)였다. 이는 전체 전력 소비의 1.5%다. 그리고 이 수치는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 날 전망이다. 특히, AI 연산을 전담하는 가속 서버의 전력 소비는 연평균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100MW(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24시간 쉬지 않고 소비하는데,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4~10배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165% 증가할 것이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전력망 투자에만 7,200억 달러(한화 약 1,056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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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현대자동차 공식홈페이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Korea Ltd.)는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 ‘한국 데이터 센터 운영 및 코로케이션 서비스시장 동향(South Korea Datacenter Operations and Colocation Services Market Trends)’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연평균 1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1개월 동안 전국에서 290건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신청이 접수됐으며, 그 중 약 3분의 2는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 신청 용량만 따지면 약 20GW(기가와트)에 이르는데, 이는 1GW급 원전 20기에 해당하는 신규 전력수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기존 시설 대비 최대 6배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뒤처지는 정책

수요가 폭증하자 공급 전략도 요동치고 있다. IEA는 2030년까지 추가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을 재생에너지가 감당하겠지만, 수요 급등 국면에서는 여전히 천연가스 발전이 핵심 완충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출력이 300MW 이하인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에 대한 빅테크의 투자도 본격화됐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2024년 SMR 개발사에 수조 원을 투자한 것도 이 맥락이다. 에너지 전환의 이상과 전력 공급 현실 사이에서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복잡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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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SMR의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 구글 공식 홈페이지]



정책의 공백은 이미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26년 전체 전력 수요의 3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력망이 버티지 못해 신규 주택 개발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국 버지니아, 독일에서는 주거지역 내 데이터센터 허가를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공급과 폐열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EU는 유럽 전역에 자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AI 대륙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데이터센터 처리 능력을 5~7년 내 세 배로 키우되, 에너지·물 효율 요건을 충족한 프로젝트에 한해서만 인허가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한국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지역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에너지 수급 로드맵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기계는 금속 뼈대의 유지보수를 위해 인간의 피부와 피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SF 영화는 미래의 모습이자 우려를 보여줬다. 오늘날 AI는 도시의 전력망과 산업 에너지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음 세대는 연료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하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장 속도가 AI의 전력 소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 착취'를 선택하게 될지 모른다. AI 산업의 방향성을 정해야 할 지금, 연료의 출처와 비용의 주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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