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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동향] 지역축제는 '김천김밥축제'처럼
2025.11.25

수 많은 지역축제가 열린 올 가을. 가장 화제였던 지역축제는 역시 '김천김밥축제'가 아닐까? 2024년 처음 시작된 김천김밥축제는 올해 15만 명이 방문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음식점 매출은 전년 대비 29%, 농·특산물 판매는 93% 증가했으며, 축제 기간 내 김밥 식재료 외 관광객이 소비한 식음료·숙박·교통·체험·기념품 등을 포함하면 약 100억 원 이상의 경제유발효과가 있다고 추정될 정도다. 이처럼 성공적인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고, 전국 지자체 축제예산은 증가했다지만 축제 참가인원과 경제적 효과가 전체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이 축제에 기대를 걸 만 할까? 당연히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도권과 달리 제한된 산업 기반과 자원을 가진 지역의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과 관광객을 연결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적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천김밥축제는 어떻게 수많은 경쟁 축제를 제치고 단번에 유명세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 전략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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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김밥축제 포스터 ⓒ 김천시]



축제의 중심에 둔 것은 '관람객의 경험'

김천김밥축제는 관람객을 축제의 중심에 놓았다는 차별점이 있다. 모든 지역축제가 빼놓지 않았던 의례적인 개막식과 내빈소개를 생략하고 관람객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위주로 축제를 채웠다. 지난해 김밥의 조기 소진 문제를 겪었던 만큼, 올해는 김밥 공급 업체를 8곳에서 32곳으로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방문객들은 더 다양한 김밥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김밥의 종류 또한 재미 요소였다. 전국 8도의 이색 김밥은 물론, 축제 내 김밥대회 우승작도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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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김밥축제 화제의 공간 '김밥공장' ⓒ 김천시]



또한 음식에 볼 거리도 더했다. 입구에서는 시간당 1,000줄이 넘는 김밥을 생산하는 김천산업단지 ㈜대정의 제조 과정을 오픈키친 형태로 공개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체험 부스에서는 김밥 네일아트, 70cm 김밥 만들기, 김밥 키링 제작 등 김밥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초대 공연 또한 콘셉트에 맞춰 김밥을 떠올리게 하는 가수 '자두', 삼각김밥 머리의 '노라조' 등이 무대에 올라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남녀노소가 자연스럽게 섞여 노는 풍경 속에서, 축제는 참여형 구조·즐거움·지역 특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관광객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다.



지역 자원과 산업이 함께 만드는 축제

김천김밥축제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2023년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에서 '김천하면 떠오르는 것은?'이란 질문에 김밥 체인 브랜드인 '김밥천국'이라는 응답이 다수 확인되자 김천시는 이를 지역의 정체성, 축제와 연결했다. 가볍게 던진 시민의 응답이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로컬 브랜드 전략으로 발전한 셈이다. 시의 재치 있는 마케팅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김천김밥축제는 이렇게 '김밥'을 매개로 지역 자원과 산업을 자연스럽게 활성화했다. 김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로컬 김밥을 선보였고,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지역내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삼각김밥 모양 손뜨개, 김밥 모양 머랭쿠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소상인까지 등장하며 지역 주민과 소상인의 참여가 유기적으로 결합됐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는 지역기업 (주)에코브가 참여하는 등 축제운영에 친환경을 더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자전거들은 김밥을 싣고 행사장을 순회하며 현장 프로그램 효율을 높이고, 행사 종료 후에는 쓰레기 수거와 이동 동선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지역 자원과 산업이 한데 모일 때 축제가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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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김밥축제에서 볼 수 있던 전기자전거 ⓒ 경상북도]



김천김밥축제는 지역 축제가 관람객 중심의 운영, 지역 자원과 산업의 참여, 친환경 방식이 맞물릴 때 비로소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지자체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단순히 특산물을 내세우거나 보조금 확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문화 플랫폼으로 축제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축제가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연결하는 사회적 가치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이 가진 문화적·환경적 자원에 상상력과 해석을 더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앞으로의 지역 축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열릴 것이다.


by Editor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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