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연달아 있어 긴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연휴가 끝난 자리에 남겨진 건 휴식의 여운 만은 아니다. 우리가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을 감싼 포장재도 그 마음만큼이나 높이 쌓여있을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불필요한 선물 포장 문제, 해법은 없는 걸까?
선물과 함께 건네는 포장 쓰레기
대부분의 명절 선물 세트는 보자기, 비닐, 스티로폼, 아이스팩, 코팅 박스 등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한 포장재로 겹겹이 싸여있다. 이 포장재들은 재활용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각기 다를 뿐 아니라 재활용 자체가 어려운 소재들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스티로폼처럼 보이는 과일 보호재는 비닐로 분류해야 하고, 은박 장식이나 코팅 처리가 된 종이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포장재 분리배출 안내 이미지 ⓒ 한국환경공단]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제품포장규칙을 규정하고 있다. 음식료품의 포장 횟수를 2회 이내로 제한하는 등 과대포장을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개별 포장된 제품을 다시 포장한 단위 제품과 소비자가 요구하여 2회 이상 포장한 상품은 이 규정에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크다.
각 지자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프라인 매장을 점검하며 과대 포장 단속에 나선 바 있다. 포장 기준을 위반한 상품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과대 포장을 막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하지만 추석 선물 세트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단속에 나선 지역구 외에 유통된 동일한 과대 포장 제품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은 절반의 성과에 그친다.
이에 더해 이번 추석 선물 세트는 포장 비용까지 과도하게 책정돼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5년 추석 선물 세트 판매가격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선물 세트 43종 중 36종이 낱개 구매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파악되었다. 보통 묶음으로 구매하는 것이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것에 비해 선물 포장 등 제품 외의 요소를 위한 비용이 더 소요된 것이다. 한 해의 풍요로운 결실을 나누는 추석에 부담만 더하는 상황이다.
촘촘한 제도 정비와 시행이 필요한 때
명절에 특히 많이 주고 받는 농산물의 과대 포장을 줄이기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올해 새로운 규격을 도입했다. 지난 8월 개정한 농산물 표준규격 고시에 친환경 포장에 대한 지침을 명시한 것이다. 지침은 ①포장 디자인-과대 포장과 복합 재질 사용 지양, 재활용이 쉬운 단일 재질, 인쇄 색 수 최소화, ②감량-고정 및 완충재 등 부자재 중복 사용 방지, 재질 단일화 및 경량화, ③재사용-다회용기 사용 등 재사용 구조 도입 권장, ④재활용-재활용 접근이 높은 재질 사용, 분리배출 표시 포함, 생분해성 테이프 사용 등 권고사항 마련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위해 필요한 개정이라는 평가와 고가의 친환경 포장재 사용으로 상품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농산물 친환경 포장 가이드라인 ⓒ 환경부]
하지만 올해 한국소비자원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6.7%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고, 이 중 95%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친환경 포장재 도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선선한 가을에 추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선물에 담길 수 있도록 시민 의식에 발맞춘 제품과 규제가 적극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