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 중인 굿즈들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벌어진 '반가사유상 광복 에디션', '데니 태극기 키링' 품절대란은 단순한 기념품 인기를 넘어선 현상으로 취급된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서점들은 광복절 특별 기념품을 연계 판매하는 온라인 이벤트를 여는 등 기업들의 굿즈 열기는 이미 익숙한 그림이다. 새삼스러운 굿즈 열풍에 주목해야 할 지점은 굿즈 자체 보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소비 문화의 근본적 변화다.
[품절 상태를 보여주는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굿즈샵 화면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샵]
광복절에 돌아보는 가치소비 트렌드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전시실이 아니라 기념품 판매점, 굿즈샵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는 MZ세대를 비롯한 폭 넓은 소비자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잇템'으로 등극했다. 영향력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에 대한 열기는 세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볼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역사와 문화가 담긴 굿즈의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한다. 둘째, 이렇게 알게 된 스토리를 SNS에 공유하며 스스로의 '문화적 취향'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셋째, 이렇게 내 취향을 표현하는 굿즈가 자신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기를 원한다.
MZ세대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채널에서 '이 뱃지는 사실 조선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며 배경 스토리를 공유하는 모습은 제법 익숙한 일상이 됐다. 이제 굿즈는 단순히 소비자가 소유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문화적 감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열풍에서 주목 받는 굿즈들은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과시적 소비를 넘어 의미 있는 소비로의 패러다임 변화 역시 함께 이루어진다.
연이은 국중박 굿즈 품절 현상의 의미
국립중앙박물관의 광복 80주년 기념 굿즈들이 연이어 품절되는 현상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품절에 이어 차수를 끝 없이 쌓는 예약판매로만 구할 수 있는 굿즈가 이미 많다. 반가사유상 광복에디션은 출시예정이던 500개가 금세 품절돼 1,500개 추가 제작에 들어갔고, 데니 태극기 키링은 초도물량 1,000개가 소진돼 3,000개 가량을 추가 제작 중이다. 구매후기에는 '역사의 의미를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어서', '아이에게 광복의 의미를 설명해주려고', '할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같은 댓글들이 쏟아졌다. 이런 반응은 이번 광복절에 갑자기 만들어진 흐름은 아니다. 그 동안 MZ세대 소비 트렌드로 일컬어지던 '가치소비'의 결과다. 제품의 기능과 가격을 넘어 제품 이면의 가치와 스토리에 주목하는 소비 트렌드가 일상 저변에 자리잡았다.
브랜드가 놓치지 않은 '진정성의 조건'
굿즈로 화제를 모으는 또 하나의 브랜드 '스타벅스'도 매년 광복절 무렵이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긴다. 광복 79주년이던 작년에는 김석곤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이수자의 감수를 받은 단청굿즈를 출시했다. 당시 단청굿즈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한국적 디자인을 활용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이수자의 감수를 받은 굿즈, 수익 일부를 국가유산 보호활동 기금으로 기부한 행동이 보여준 진정성이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 스타벅스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인 '붕정만리(鵬程萬里)'를 기증했다. 앞서 설명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섹션 '사유의 방'을 테마로 협업 굿즈를 발매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상업적 마케팅과 진정성 있는 사회적 가치 지원을 구분하는 식으로 눈높이가 높아지며 기업, 브랜드들이 역사와 문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참고할 사례다.
광복 80주년 굿즈 소비는 개인의 만족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연결된 지점으로 보인다. 구매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행위는 스스로가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남긴다. 기업과 브랜드가 이 맥락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싶다면 진정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창출해야 한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담고 있는 가치와 브랜드의 철학이 일치할 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