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발명의 날’은 세종대왕이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인 '측우기'를 백성들에게 공개한 날(세종 23년, 1441년 5월 19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조선의 과학 기술자였던 장영실과 세종대왕이 함께 개발했다고 흔하게 알고 있던 측우기는 최근 세자인 문종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는 점도 추가로 관심을 모았다.
['발명의 날'은 세종대왕이 측우기를 세상에 공개한 날이다 ⓒ ESG.ONL/ESG오늘]
세종대왕이 남긴 역사는 만민을 이롭게 하기 위한 '발명'이 얼마나 사회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를 깨닫게 한다. 측우기 발명은 단순한 과학기술의 진보를 넘어 조선 농업의 과학화, 공정한 사회 구현이라는 혁신과 변화를 불러왔다. 발명의 날을 맞아 백성을 지극히 위하는 마음으로 창의적인 국정을 운영한 세종대왕의 업적과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ESG 경영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자.
농업 데이터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 구축
세종 이전에는 한 해의 농사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강우량을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측우기 도입 이후 조선 팔도에서 정확한 강우량 데이터가 집계되며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때 맞닥뜨리는 기상 변화에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측우기와 더불어 도입된 '역법(曆法)*' 등 측량기술은 농사지도와 수리사업에도 혁신을 일으켰다. 농민의 경험을 과학으로 정리하는 일에도 나섰다. 세종은 과거 중국의 농업 관련 서적에 의존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농민들의 경험담을 수집해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지을 때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농서 ‘농사직설’을 편찬했다.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는 농법을 민중에 보급한 것이다.
* 역법이란 천체의 주기를 바탕으로 한 해의 주기, 시기를 정하는 방법이다.
기상관측을 제도화하고, 농업정보를 집대성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세종은 세금제도까지 개혁했다. 쌀은 당시 돈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중요한 세금 납부 수단이었다. 세종은 어려운 농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기존에 횡행하던 불공정한 세제를 폐지하고, 토지의 비옥도와 생산성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획기적 세금제도 ‘공법(貢法)’을 도입해 백성의 납세 부담도 크게 덜어주었다.
[현 기상청이 보관 중인 측우기 ⓒ중앙일보]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 세종의 사회적 약자 보호
세종은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쳤다. 흉년과 재난 시에는 구휼제도로 곡식을 빌려주고,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관에서 직접 곡식을 배급했다. 재해로 생계가 어려운 백성에게도 종자와 식량을 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백성들의 생계를 살피고 지원했다.
금융 면에서도 백성들이 고리대금의 폐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이자율을 월 3%, 연 10% 이내로 제한하고, 이자 총액이 원금을 넘지 못하게 규정했다. 이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백성을 관직에 채용하고, 관노비에게 출산휴가를 부여하는 등 지금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복지정책을 시행하며 지금 시대가 이야기 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시행했다.
[세종실록 ⓒ조선왕조실록]
'숙의 제도'와 투명성, 거버넌스의 모범
ESG로 돌아봐도 아쉬움이 없는 세종의 통치는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살펴볼 부분이 있다. 여러 관리들을 통해 백성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살피는 '숙의 제도'. 이 '숙의정치'는 오늘날의 기업과 국가들이 논하는 투명한 거버넌스와 이해관계자 참여, 책임경영의 개념과 상당히 유사하다.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전제, 공정하며 투명한 절차가 그러하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 열린광장]
“정치는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좋은 제도란 시대에 맞는 것이며, 그 핵심은 백성을 향한 임금의 마음이다.”
세종실록에 남겨진 세종의 말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의 와중에 있는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5월에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데 여전히 강력한 영감이 되는 스승, 세종대왕의 ESG 정신을 되새겨 보자.
by Edito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