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실 때 쓰는 나무 젓가락, 새로 산 가구, 심지어 초콜릿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많은 제품들은 숲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제품들 때문에 지구 어딘가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면? EU가 2025년 12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산림전용방지법(EUDR, Regulation on Deforestation-free products)'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전 세계 숲의 약 40%가 이미 훼손되었고, 매년 1,000만 헥타르의 숲을 잃고 있다. 서울시 면적의 약 16배가 매년 사라지는 셈이다. 때문에 EU는 EU 시장에 들어오는 제품이 숲을 파괴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내용의 규제로 산림전용방지법을 만든 것이다.

[산림전용방지법(EUDR) ⓒ ESG.ONL/ESG오늘]
산림전용방지법에 의하면 소,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고무, 목재 등 7개 품목과 이들의 파생제품을 EU에 유통하려는 사업자는 제품 생산 과정이 산림전용, 산림황폐화와 무관함을 검증하는 실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순히 원재료 뿐 아니라 이들로 만든 파생상품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EU는 각 국가별 위험도에 따라 적용 국가들을 세 등급으로 나눴다. 2025년 5월 발표된 국가별 위험등급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140개국이 저위험국, 브라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은 표준위험국, 북한·러시아·벨라루스·미얀마는 고위험국, 분류되었다. 부류기준은 산림이 농지로 바뀌는 산림전용의 정도다. 이 기준에 따라 저위험국으로 분류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은 연간 전체물량의 1%만 검사대상이 되고, EU 내 수입업자는 위험평가나 완화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등 간소화 된 실사의무를 진다. 표준위험국은 3%, 고위험국은 9%가 검사대상이 된다.
산림전용방지법에 기업들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전 생산단계의 지리적 위치정보, 생산일자, 공급망 연락처, 위성 이미지나 토지사용지도, 토지소유권이나 벌채허가 등의 정보를 제공해 제조, 가공과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산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의 적용은 다소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는 '이 제품은 숲을 파괴하지 않았다'는 보이지 않는 보증서가 붙게 될 것이다.
by Editor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