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이하 CSDDD)'은 기업경영 활동으로 초래되는 인권, 환경에 대한 실제적·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직접 식별·예방·완화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지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사'란 실제를 조사하거나 검증한다는 의미의 실사(實査)가 아닌,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시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 ESG.ONL/ESG오늘]
CSDDD는 EU가 2019년에 발표한 '그린딜(European Grean Deal)'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2022년 2월 23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이후 여러 논의을 거쳐 2년만인 2024년 4월 24일 EU 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었고, 같은 해 7월 24일 공식 발효되었다. 지침 발효 이전에도 일부 EU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국내 실사법을 제정하거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실사를 시행했지만 의무 규정과 일원화된 기준이 없어 참여도와 투명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EU는 이 지침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공통 기준과 법적 의무를 마련했다. 이는 개별 국가가 아닌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실사 프로세스와 이행원칙을 최초로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제도의 핵심 목표는 공급망 전반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인권과 환경 영향을 고려한 경영을 정착시키는 데 있다. CSDDD의 실사 항목은 인권 부문과 환경 부문으로 나뉘는데, 인권 부문에는 아동권리협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에 근거한 생명권, 자유권, 노동권, 아동노동 금지 등이 포함되며, 환경 부문에는 생물 다양성, 폐기물, 오염물질,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해양, 습지 등이 항목에 포함된다.
CSDDD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EU 역내·역외 기업들에게 자사와 자회사뿐 아니라 공급사·협력사의 활동까지도 실사하도록 요구한다. 실사 대상 범위에는 제품 폐기 및 소비자 사용 단계를 제외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즉 공급망의 원자재 생산부터 제품유통까지의 단계가 포함된다.
실사 절차는 기업 정책에 실사를 내재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부정적 영향의 식별 및 평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의 예방·완화 ▲실제적인 부정적 영향의 종료 및 최소화 ▲부정적 영향의 시정 ▲모니터링 ▲실사 공시 ▲이해관계자의 의미 있는 참여 ▲통지 메커니즘·고충 처리 절차 구축 및 운영의 9단계로 구성된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대상 기업 ⓒ KOTRA]
2025년 2월, EU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규제 및 행정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의 범위를 축소한 'EU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행 시기가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연기되었고, 모니터링 주기는 연간에서 5년으로 간소화되었다. 또한 공급업체 위험 평가는 1차 직접 공급망 중심으로 조정되어, 간접 공급망(2·3차 협력업체)에 대한 평가 의무는 제외되었다.
비록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범위나 추진 속도는 변동될 수 있지만, CSDDD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기업과 인권의 내재화를 통한 조직문화의 변화와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과 기술혁명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by Editor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