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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스포츠 축제] 축제는 더 이상 축제로만 조명되지 않는다
2026.07.20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최근 월드컵을 주제로 다룬 기사를 보면 이전과는 다른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결과나 스타선수의 활약과 더불어 탄소배출량이나 그린워싱 논란 같은 환경 관련 내용이 나란히 나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글로벌 스포츠 축제는 축제로서만 소비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이야기할 때 ESG를 함께 언급하는 현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삶의 배경이 아니라 전경으로 들어온 시대, 대형 국제 이벤트가 기후 논쟁의 무대가 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시작된 탄소중립 논쟁

이 흐름의 결정적 분기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인 기후대응 기조가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대회를 앞두고 카타르와 FIFA는 사상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을 공언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선적 컨테이너를 활용해 지은 '스타디움974', 대회 후 해체할 수 있는 경기장 설계까지 내세우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FIFA가 대회 뒤 실제 자료를 반영해 다시 계산한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1만 톤에 달했다. 이는 FIFA가 대회 전 제시했던 전망치 363만 톤보다도 많은 수치다.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이마저 경기장 건설과 항공 이동 등의 배출량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척박한 사막에 새로 조성한 녹지가 영구적으로 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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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선적 컨테이너를 활용해 건축한 '스타디움 974' © getyourguide]



결국 스위스 광고·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자율심의기구인 공정성위원회(Swiss Fairness Commission)는 2023년 FIFA가 탄소중립 주장의 정확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해당 홍보가 허위·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기관의 법적 판결이 아니었지만 국제 이벤트가 탄소중립 주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자율심의기구의 권고였다.

여기에 경기장과 관련 시설 건설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임금체불, 카팔라 제도로 상징되는 인권 문제까지 겹치며,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의 이면을 국제사회가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땅이 아닌 하늘에 찍힌 탄소 발자국

이번 월드컵은 이 논쟁을 다른 층위로 옮겨놨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경기 수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었고 개최 도시는 미국·캐나다·멕시코의 16개 도시에 흩어져 있다. 선수단과 관중의 장거리 항공 이동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번 대회의 탄소 배출량으로 제시되는 수치들은 산정 시점과 범위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의 공동 유치위원회가 2018년 유치 제안서에서 내놓은 전망치는 약 360만 톤이었지만, 이는 경기 수가 80경기로 예정돼 있던 당시의 계산이다. 104경기 체제로 확대된 뒤 이 수치를 전면 갱신한 FIFA의 최종 탄소 배출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국 과학자단체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등이 발표한 독립 보고서는 이번 대회의 탄소 배출량을 약 902만 톤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항공 이동이 약 772만 톤, 전체의 85.6%를 차지한다. 이 추정대로라면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큰 탄소 발자국이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다. 환경 공약을 강조해온 잔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FIFA 회장은 조별리그 17일 동안 24경기를 보기 위해 전용기로 27차례 이동했다. 항공 추적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이동 거리는 약 5만122㎞, 비행시간은 66시간이었고 그가 이용한 항공편의 탄소 배출량은 약 516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럽연합의 평균 1인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약 78명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한다. 

대회 주요 파트너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카타르항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FIFA가 내건 '2030년까지 배출량 50% 감축, 2040년 넷제로 달성' 공약과 계속 충돌한다. 물론 이런 논란이 이번 대회, 이번 종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는 약 216만 톤, 2016 리우 올림픽의 탄소 발자국은 약 450만 톤이었다. 규모와 형태만 달랐을 뿐,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탄소 배출은 오랫동안 한 몸처럼 붙어 다녔다.



축제를 축제로서만 즐기면 되지 않을까

이쯤에서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4년에 한 번, 전 세계가 함께 웃고 우는 축제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흠을 잡을 필요가 있느냐고. 그러나 지금 북반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이 반문 자체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2025년 여름 유럽 854개 도시에서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약 2만4,400명으로 추산됐고, 연구진은 이 가운데 약 1만6,500명, 즉 68%를 기후변화로 심해진 더위에 따른 추가 사망으로 분석했다. 2026년에도 유럽은 5월부터 이례적으로 이른 폭염에 시달렸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5월 폭염 경보가 내려진 17개 지역에서 최소 300명의 초과 사망을 잠정 집계했다. 이어 6월 22~28일 전자 사망진단 자료에서는 전체 사망자가 전주보다 2,025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아직 완전히 취합되지 않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통계이므로, 전부를 폭염 사망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사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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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유럽 지표면 온도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 유럽우주국(ESA)]



이런 현실 속에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탄소 발자국을 모른 하거나 애써 축소하려는 태도야말로 더 불편한 일이다. 축구경기에서도 선수 한 명, 심지어 관중 한 명이라도 생명이 위독해지면 경기 자체가 중단된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명 피해에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감수성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제 연구자 네트워크인 세계기상특성분석(WWA)은 이번 월드컵에서 습구흑구온도(WBGT)가 28도를 넘는 위험한 조건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가 5경기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경기 연기나 지연을 권고하는 기준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폭우와 낙뢰로 프랑스와 이라크전에서 전반전 종료 후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하프타임이 2시간 넘게 이어졌고, 멕시코와 잉글랜드전의 경기 시작 시간이 지연되는 등 경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별도의 특성분석 없이 이들 사건을 곧바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극한 기상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폭염이 일상화되면 특정 위도와 계절에는 월드컵을 안전하게 개최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스포츠가 기후에 이만큼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속가능성이 부수적 이슈가 아니라 대회의 존립 조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판이 만드는 선순환

다행인 것은 월드컵의 탄소감축 공약과 관련된 비판들이 허공에 무심하게 흩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탄소 감축을 설계 원칙으로 삼기 시작한 변화를 카타르 월드컵 논란의 직접적인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저탄소 계획은 카타르 월드컵 이전부터 추진됐다. 그럼에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탄소중립 공언과 실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국제 스포츠기구가 탄소중립을 주장할 때 더 엄격한 근거와 투명성을 요구받게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 올림픽이다. 파리 조직위원회는 런던·리우 대회의 평균 탄소 발자국보다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이겠다는 목표와 함께 약 158만 톤의 탄소예산을 미리 설정했다. 올림픽 폐막 뒤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탄소 배출량은 약 159만 톤으로, 자체 산정 방식에 따르면 런던과 리우 평균보다 54.6% 적었다. 다만 이후 프랑스 생태전환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정 방법과 별도 관중조사를 적용해 내놓은 사후 평가는 이보다 많은 약 208만 5,000톤이었다. 그럼에도 이전 경기보다 상당량 적었다. 참고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약 330만 톤,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약 450만 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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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된 박물관 '그랑팔레' © olympics.com]



이를 위해 파리는 신축 경기장 대신 베르사유 궁전과 박물관 그랑팔레 등 기존 시설과 임시 구조물로 전체 경기장의 95%를 충당했다. 모든 경기장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고, 대회 종사자와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한 식사의 평균 탄소 발자국을 일반 프랑스 식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탄소예산을 대회 전에 설정하고 이를 시설·에너지·교통·식단 설계에 반영했다는 점은 다음 대회의 기준을 바꾼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 역시, 당장 북중미 월드컵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다음 월드컵과 다음 개최지의 기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응원은 응원대로, 비판은 비판대로

그럼에도 나는 이번 월드컵의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 봤다. 그리고 동시에 이 대회의 탄소 발자국과 그린워싱에 대해서도 계속 불평할 생각이다. 이 두 가지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축제를 온전히 즐기는 것과, 그 축제가 딛고 선 탄소 발자국의 무게를 직시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예전처럼 축제를 축제로만 소비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광과 비판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함이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다음 대회를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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