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란 공급이 끊길 경우 관련 산업 전체가 흔들릴 만큼 경제에 중요한 광물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전기차 모터, 반도체 칩 모두 제조 과정에서 특정 핵심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핵심광물의 분포가 특정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5)' 보고서는 2035년을 기준으로 중국이 전 세계 정제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 배터리용 흑연과 희토류의 8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가에 핵심광물 공급망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나라가 공급을 조절하면 다른 국가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핵심광물과 외교 © ESG.ONL]
원자재에서 외교 무기로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활동을 막자 중국은 미국에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대응했다.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희토류 7종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했다. 2026년 1월에는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민간용,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물자인 이중용도품목의 수출을 전격 금지하기도 했다. 핵심광물이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외교 협상 카드가 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심광물의 국내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동맹국과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2026년 2월, 한국, 일본, 호주 등 56개국이 참여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이하 FORGE)을 출범하며 안정적인 광물 공급을 보장하는 무역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의 말레이시아 정제련 공장 전경 © 라이너스(Lynas)]
일본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가장 앞선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0년 중·일 영토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차단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이후 일본은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Lynas)'와 손잡고 호주에서 캐낸 희토류를 말레이시아에서 제련하는 루트를 만드는 등 중국을 거치지 않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15년에 걸쳐 조용히 구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미국과 유럽은 희토류 문제의 시급성을 이제 막 깨닫고 있다. 일본은 15년 전에 이미 관련 문제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자립을 위한 과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비전 및 추진 전략 © 대한민국 정부]
앞선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중국에서 원소재를 들여오고, 일본에서 가공 소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중국이 일본에 수출 통제를 걸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도미노처럼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3년, 2030년까지 핵심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현재 80%수준에서 5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1월에는 폐배터리 등에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 원료로 쓰는 '재자원화'를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또한 2,500억 원 규모의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펀드도 조성 중이다. 한국은 FORGE에서 2026년 6월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어, 핵심광물 관련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다만, 일본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15년을 준비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핵심광물의 공급선 확보와 국내에서 직접 정제·가공할 수 있는 핵심광물 시설 조성, 중소기업 위주인 재자원화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하나에도 수십 종의 핵심광물이 들어 있다. 그 광물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통제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