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권리 밖 노동자'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2026년 2월 기준 약 870만 명에 달한다. 2023년에 비하면 약 8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인해 이들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에 대해 알아보자.
권리 밖 노동자와 기업 거버넌스의 변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뿐만 아니라 IT 프리랜서와 방송 작가까지 권리 밖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임금 노동자와 유사한 근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개인 사업자'라는 이름 아래 퇴직금, 최저임금 보호,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됐다. 법의 사각지대는 노동자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는 막대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청구라는 법적 리스크가 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권리 밖 노동자 이미지 © Chat GPT]
이번 입법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간주한다.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제는 사업주가 직접 그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국세청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정보력이 부족한 노동자를 대신해 국가가 소득 신고 내역 등 실질적인 근로 데이터를 확보하여 종속성을 입증해 준다는 취지다. 법원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근로자성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정 절차도 마련된다.
ESG 시대, 기업의 노동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
다만 이번 입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이 지점에서 노동계는 '근로자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입증 책임만 바꾸는 것은 무늬만 보호일 뿐'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처우 개선 조항들이 강제성 없는 '노력 의무'에 그칠 경우, 기업이 여건상 최선을 다했다는 논리로 회피할 수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 고용노동부]
이번 입법 추진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기업은 이번 변화를 단순히 지켜봐야 하는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형태의 노무 제공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번 논의는 결국 사회적 포용성이 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이를 단순한 규제 강화로 치부하기보다 노동 관행의 거버넌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적 자원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은 '직접 고용된 소속 직원이 아니면 책임도 없다'는 논리로 선을 그어왔지만,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업의 실질적인 축을 지탱하는 모든 인적 자원을 '제도 안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불분명했던 리스크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들과의 상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