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는 단연 성수다.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이 불과 몇 년 만에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이유는 바로 팝업스토어다. 이제는 성수동 뿐 아니라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팝업스토어를 만나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계도 확장됐다. 패션, 뷰티와 같은 소비재를 넘어, 레노버와 같은 IT 기업들도 팝업스토어를 연다. '한정판 공간'이라는 개념까지 더한 팝업스토어는 현재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팝업스토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소비자와 기업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소통 채널을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며, 시각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한정된 기간 동안, 브랜드를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팝업스토어는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부담스러운 기업에게도 팝업스토어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는 공유할 수 있는 시각 콘텐츠를 제공받고, 기업은 짧은 기간에 높은 방문객 수와 소셜 미디어 확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팝업스토어의 성지 성동구가 만든 '팝업 가이드북' ⓒ 성동구청]
팝업스토어가 죽어서 남기는 것
성수동은 단 며칠만 지나도 풍경이 달라진다. 무수히 열리고 저무는 팝업스토어가 만들어낸 생동감 있는 풍경이다.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공간을 탈바꿈시킨 장식 요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에는 한달 평균 9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가 사라진다고 한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가 되고, 공간 임대비용이 올라가며 팝업스토어 운영기간은 더욱 짧아지는 추세다. 2024년만 해도 22.6일이었던 팝업스토어 평균 운영 기간은 2025년 5월에 15.7일로 감소했다.팝업스토어의 운영 기간이 짧아질수록 폐기물 역시 늘어난다. 일시성에 기반한 팝업스토어의 특성상 빠른 설치와 철거가 필요해 인테리어 구조물과 일회성 조형물은 저렴한 소재로 제작된다. 이런 자재들은 대부분 철거 과정에서 파손이 불가피해 재활용이 어렵다.
팝업스토어 하나를 철거할 때마다 배출되는 폐기물은 보통 3통 안팎이다. 이는 벽돌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건설폐기물이 아니기에 일반폐기물로 분류되고, 별다른 규정 없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성동구 내 사업장 일반폐기물 배출량이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팝업스토어의 영향이 없지 않다. 이렇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원 손실과 폐기물 처리는 기업의 탄소발자국과 지역사회 환경비용을 증가시킨다. ESG 리스크로의 전환이라는 빨간불이 뜬 것이다.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의 가능성
이렇게 팝업스토어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의식한 듯, 몇몇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뷰티 브랜드 톤28은 지난해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 본사와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집기를 부스 제작에 활용해 신규 설치물을 최소화했다. 또한, 매일유업은 2022년 볏짚 소재의 의자를 선보이거나 성수동에 버려진 우드 팔레트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인테리어로 구축한 팝업스토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운영했다.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전문 인테리어 회사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빌드웰러'다. 빌드웰러는 '스토어 모듈 시스템'을 개발해 자재 해체를 어렵게 만드는 접착 방식을 배제하고, 단기간 사용된 자재를 손쉽게 분리해 수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분해된 모듈은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재조립되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빌드웰러가 제작한 '주닥(JOODOC)' 팝업스토어 © 빌드웰러]
새로운 방식의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려고 하면 기존의 운영방식과 비용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 팝업스토어의 운영주체라면 손익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자하는 지금의 기업들에게 이는 자원 효율성, 브랜드 평판 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험의 질과 과잉 소비 중 무엇에 지갑을 열 것인가
팝업스토어의 환경 문제는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미비하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현재 팝업스토어 폐기물 관리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발성에 맡겨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 운영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게만 미룰 수는 없다. 즐기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팝업스토어를 소비하는 팝업생태계의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개인과 정책의 변화 없이 기업이 바뀌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는 한정된 재화를 어디에 쏟을 것인지 선택함으로써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정책적 논의로 연결된다. 일회성 전시 구조물과 폐기물 규제, 환경영향평가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지속가능한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또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과 규제 환경을 전략적으로 해석해, ESG 관점에서 브랜드 경험의 질을 재정의할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만드는 환경 문제는 이렇게 개인의 인식,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다 같이 변화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다.
팝업스토어는 낙후된 성수동에 활력을 더했지만, 급격히 늘고 있는 환경 비용은 무시하기 어렵다. ESG 기준을 고려한 설계와 운영 방식이 확산될 때,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