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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인터뷰
[ESG와 스포츠] 안녕, 토트넘 - 손흥민이 LA행을 택한 진짜 이유
2025.08.12

지난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손흥민의 MLS 데뷔전은 단순한 축구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후반 16분 교체 투입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의 2-2 무승부에 기여한 것은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EPL 최고의 아시아 선수가 토트넘에서의 10년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높은 연봉 때문일까? 아니면 2026 월드컵 적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까? 답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ESG / ESG오늘 / 이에스지

[ LAFC가 손흥민 영입을 공식 발표 ⓒLAFC]


창단 전부터 시작된 4년간의 신뢰 쌓기

LAFC라는 구단에 대해 알아보자. LAFC의 진짜 차별점은 2014년 창단 발표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스포츠 팀이 스타디움부터 짓고 팬을 모으려 할 때, LAFC는 정반대의 접근을 택했다. 먼저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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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라는 경기를 넘어 긍정적인 변화의 매개체로 LA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고 선언한 LAFC ⓒLAFC]



'LAFC는 팀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LA에서 존재감을 구축했다'고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평한다. 팬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커뮤니티에 관여하고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AFC는 2018년 첫 경기를 치르기까지 4년간 LA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쌓아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창단 첫 해 홈경기 평균 관중 22,000명을 기록하며 MLS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팀 데뷔전을 기록했다.


2,650만 달러가 증명한 손흥민의 가치 발견

손흥민의 LAFC 선택을 이해하려면 그의 철학을 생각해 봐야 한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보여준 것은 단순한 득점과 승리만이 아니었다. 그것 만으로는 아시안계 외국인 선수로서 그가 받았던 사랑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지역사회와의 교감, 팬들과의 소통, 그리고 축구를 통한 긍정적 영향력 확산이었다. LAFC는 바로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선수에게 최적의 무대를 제공한다. 2018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의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 이 팀의 철학은 손흥민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라는 손흥민의 신념과 "세계의 게임을 통해 세계의 도시를 하나로 만든다"는 LAFC의 미션이 이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숫자로 입증된 LAFC의 진정성

LAFC의 진정성은 구호가 아닌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36개의 풋살 코트 설치, 3만 명 이상 청소년 프로그램, 2024년 케빈 페인 커뮤니티 임팩트 어워드* 수상이 그 증거다. 또한 LA84 얼라이언스 참여를 통해 LA 지역 11개 프로팀과 함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임팩트를 고려하는 선수라면 매력을 느낄 만 하다.
*케빈 페인 커뮤니티 임팩트 어워드(Kevin Payne Community Impact Award) : 미국 축구 재단(U.S. Soccer Foundation)이 축구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프로 축구팀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D.C. 유나이티드의 창단자이자 MLS의 초기 발전에 기여한 케빈 페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22년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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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민 데뷔전 결과 ⓒLAFC]


아시아 팬덤과 LA 다문화가 만든 완벽한 타이밍

손흥민의 LAFC 합류는 단순한 선수 영입을 넘어선다. 그의 아시아 팬덤과 LA의 다문화 특성이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LA는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높은 미국의 도시 중 하나다. 전체 인구의 약 15%인 150만 명이 아시아계이며, 이 중 한인만 약 12만 명에 달한다. 한국 본토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한국인이 거주한다. 그동안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주류 스포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등장으로 이 상황이 바뀌고 있다.


MLS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를 손흥민에게 지불한 LAFC의 판단은 첫 경기에서부터 그 가치가 입증됐다. 시카고 파이어와의 데뷔전에서 22,000석이 매진된 것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경기장 곳곳에서 한국, 토트넘, 레버쿠첸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목격된 것은 새로운 현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LAFC가 이미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LA 연고의 야구팀 LA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통해 아시아 팬덤을 확보한 것처럼, LAFC도 손흥민을 통한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LA다저스가 오타니의 개인 브랜드 기반 홍보에 의존한다면, LAFC는 이미 구축된 커뮤니티 기반 위에 손흥민이라는 글로벌 스타를 더하는 그림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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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O 스타디움의 손홍민 선수 ⓒLAFC]



1+1=3이 되는 글로벌-로컬 시너지의 진정한 조건

손흥민의 합류로 LAFC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다. 손흥민의 글로벌 영향력이 LAFC의 로컬 임팩트와 결합하면서 1+1=3이 되는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다.


구체적 변화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손흥민 발표 이후 LAFC 재단에 대한 파트너십 문의가 급증했고, 특히 아시아계 커뮤니티 단체들의 협력 제안이 쇄도했다. 아시아 미디어의 이번 이적에 대한 집중 조명으로 LAFC의 글로벌 인지도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LAFC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고, 일본과 중국 미디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과 LAFC의 만남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진정한 시너지는 가치 정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유명인사를 앞세운 마케팅에 집중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기업의 철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다. LAFC와 손흥민 시너지의 성공 요소는 명확하다. 먼저 LAFC가 7년간 커뮤니티 투자로 일궈낸 '이미 구축된 신뢰'가 있었다. LAFC는 사회적 임팩트에 대한 신념으로 가치가 생성됐고, 단기 화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장기적 비전을 지역사회와 공유했다. 무엇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된 진정성이 바탕이 됐다.


이는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타 마케팅의 성공은 그 스타의 인지도가 뿐 아니라, 기업의 진정성과 스타의 가치관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가에 달려 있다.


by Edito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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